이 대표는 상법 개정 이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공시 제도를 꼽았다. 그는 “자본시장의 근본적 문제는 정보 비대칭”이라며 “경영진과 이사가 가진 정보가 주주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으면 기회주의적 의사결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시는 단순한 형식 요건이 아니라, 투자자가 기업 의사결정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동의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 장치라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증자, 합병 등 주요 경영 판단에서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를 설명하는 공시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사주 매입 사유로 ‘경영권 안정’을 적어놓는 공시는 투자자에게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다”며 “자본비용과 투자수익률, 대안 검토 여부가 함께 제시돼야 주주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 역할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독립이사 제도의 핵심은 추천 주체와 무관하게 모든 주주를 위해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사가 찬성·반대했는지뿐 아니라,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까지 공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사례를 언급하며 “사외이사가 반대했다면 그 논리와 근거가 드러나야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임원 보수와 주식 보상(RSU)에 대해서도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은 아직도 보수 총액 한도만 공시할 뿐, 성과 연동 구조나 실제 가치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RSU는 스톡옵션과 유사한 성격인 만큼 주주총회 승인과 정확한 가치 공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과에 따른 보상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주주가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대주주 거래, 합병, 제3자 배정 증자 등 이해상충 가능성이 높은 사안일수록 공시 수준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가격인지,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 독립 이사가 의결에서 배제됐는지 여부가 드러나야 한다”며 “미국처럼 모든 판단 과정을 상세히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는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7월부터 상법 개정이 본격 시행되는 만큼 금융위원회·금감원·거래소가 함께 공시 규정을 손봐야 한다”며 “일부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