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전 교수 “상법 개정, 회계 투명성 높일 전환점…주주 참여 확대는 ‘양날의 검’” [현장+]

발언하는 오명전 교수

 

상법 개정이 기업 지배구조와 자본시장 질서를 넘어 회계 환경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강화, 독립이사·감사위원회 제도 개편, 전자주주총회 도입, 자사주 소각 논의 등 일련의 제도 변화가 회계 정보 생산과 공시 과정에 구조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오명전 숙명여대 교수는 24일 한국투자자포럼 학술토론회에서 ‘상법 개정과 기업 투명성 제고’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번 상법 개정은 단순한 조문 수정이 아니라, 한국 기업 지배구조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대전환”이라고 진단했다.

“이사 주주 충실의무, 물적분할·합병 의사결정 방식 바꿀 것”

오 교수는 개정 상법의 핵심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강화를 꼽았다. 그는 “이사회가 더 이상 지배주주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소액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제도적으로 명확해졌다”며 “과거 논란이 컸던 물적분할, 쪼개기 상장, 합병 비율 논쟁, 제3자 배정 전환사채 발행 등에서도 의사결정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거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과거보다 훨씬 더 면밀한 검토와 투명한 정보 제공이 요구될 것”이라며 “결국 기업 내부 관리 시스템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독립이사·감사위원회 강화…“형식 아닌 실질이 관건”

독립이사 비율 확대와 감사위원 선임 시 ‘3% 룰’ 적용 역시 회계 투명성 제고에 중요한 변수로 평가했다. 오 교수는 “국내 상장사 사외이사의 안건 찬성률이 99%를 넘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동안 이사회가 실질적 견제 기능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컸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한 제도에 대해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가 연대할 경우, 지배주주 의사와 무관하게 독립적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이 열렸다”며 “보다 독립적인 감사위원회가 회계 처리와 재무보고 전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숫자 확대가 아니라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좋은 감사위원회’”라며 “이익 조정과 회계 부정을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자주주총회·집중투표제…소액주주 참여 확대 효과

전자주주총회 도입과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소액주주 참여 장벽을 크게 낮출 제도로 평가됐다. 오 교수는 “전자주주총회가 정착되면 주주총회 현장에서 즉각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경영진은 사전에 더 정교한 논리와 근거를 준비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 공시와 IR의 투명성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연구 결과를 인용해 “온라인 주주 참여 확대는 회계 투명성과 이익의 질을 개선하고, 정보 비대칭을 완화해 주가 급락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질 지배력 판단 혼란·재무제표 왜곡 우려도”

다만 오 교수는 주주 참여 확대가 항상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자주주총회와 자사주 소각, 집중투표제 등이 결합될 경우 실질 지배력과 유의적 영향력 판단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며 “연결 범위나 지분법 적용 여부를 둘러싼 회계 논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IFRS의 원칙 중심 지배력 판단 구조와 맞물릴 경우, 기업이 유리한 방향으로 연결 범위를 해석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소로 제시했다.

자사주 소각 “정보 비대칭 해소 효과 있지만…유연성 저하 우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자사주를 보유한 채 남겨두는 것은 미래 사용 목적의 불확실성으로 정보 비대칭을 키울 수 있지만, 소각은 이를 해소해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사주가 기업의 최후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각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기업 재무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상법 개정, 회계 투명성 도약 기회…정교한 제도 설계 필요”

오 교수는 발표를 마치며 “이번 상법 개정은 한국 자본시장의 회계 투명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잠재력이 있다”면서도 “주주 참여 확대가 가져올 부작용과 해석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 보완과 지속적인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제도의 성패는 얼마나 정교하게 운영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기업, 감독당국, 투자자 모두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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