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박사 “개정상법, 주주 보호 강화됐지만 이사 책임 기준은 여전히 불명확” [현장+]

김효정 박사가 발언하고 있다

 

개정 상법이 시행되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와 전자주주총회 제도가 도입됐지만, 법 조문상 모호성과 해석상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업의 대응 전략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향후 소송 리스크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사법정책연구원김효정 박사는 24일 한국투자자포럼 학술세미나에서 ‘개정상법의 분석과 기업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개정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와 전자주주총회 관련 규정의 핵심 쟁점을 짚었다.

“이사 충실의무, 회사 넘어 주주까지 확대…실효성은 해석에 달려”

김 박사는 개정 상법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장하고, 총주 이익 보호 및 전체 주주 공평대우 의무를 명문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개정 전에도 이사의 충실의무는 실질적으로 주주 이익 보호를 포함하고 있었던 만큼, 법 개정으로 ‘새로운 의무가 창설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개정 상법의 효과는 주주 보호 의무를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실제 집행 과정에서 그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데 있다”며 “입법 취지는 분명하지만, 문제는 구체적 판단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합병이나 분할 등 조직 재편 과정에서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개정 조문은 어느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사와 주주를 병렬적으로 규정한 구조 자체가 해석상 혼란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총주·전체 주주 혼용…개별 주주 위한 직무 수행은 부적절”

김 박사는 개정 상법이 ‘주주’, ‘총주’, ‘전체 주주’라는 용어를 혼용하면서 개념상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사가 개별 이해관계가 다른 주주 각각을 위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개별 주주가 아니라, 장기적 기업가치를 중시하는 가상의 ‘주주 집단’에 대한 의무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주주 이익 보호 의무는 해외 판례를 종합할 때 ▲공정한 기업가치 이전 의무 ▲공정가치 이전 의무 ▲적절한 정보 제공 의무로 구체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주대표소송·손해배상 소송 리스크 현실화”

개정 상법 시행 이후 가장 큰 변화로는 소송 리스크 증가가 꼽혔다. 김 박사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주주대표소송이나 이사를 직접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태광산업 교환사채 발행을 둘러싼 가처분 사건을 첫 판단 사례로 언급하며, 법원이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하면서도 거래의 공정성과 주주 소통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심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판결은 향후 이사 책임 판단의 기준을 가늠할 중요한 신호라는 설명이다.

“기업, 전체 공정성 기준 충족할 준비 필요”

김 박사는 기업의 대응 전략으로 ▲이사의 행위 기준 명확화 ▲의사결정 과정의 기록·보존 ▲특별위원회 설치 및 소수주주 다수결 등 공정성 담보 장치 도입 ▲주주와의 소통 강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판례가 정립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으로 접근해 ‘전체 공정성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개정 조문에 주주만 명시돼 있다고 해서 다른 이해관계자를 배제해서는 안 되며, ESG 관점에서 이해관계자 이익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또 다른 소송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주주총회 “기술·절차 미비 시 분쟁 불가피”

전자주주총회 제도와 관련해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 박사는 “전자주주총회는 현장 병행형 출석만 허용되며, 일부 대규모 상장사는 사실상 개최 의무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적·기술적 기반이 미흡할 경우, 소집 절차 하자나 통신 장애로 인한 결의 취소 소송이 빈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비해 ▲플랫폼 접속·투표·질의 방법을 상세히 안내 ▲통신 장애 대응 매뉴얼 마련 ▲의사 진행 중단 및 연기 규정의 정관 반영 ▲질의·의결 과정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전자주주총회는 주주 권리를 확대하는 제도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도입은 오히려 회사 운영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며 “개정 상법 시행령이 나오기 전부터 선제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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