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선택, 현대차의 힌트 [기자수첩]

지배구조 개편은 ‘지배력 약화’가 아닌 ‘재집중’이다

일본 토요타그룹이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상호·순환출자 구조를 스스로 해소하며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겉으로는 ‘밸류업’과 ‘투명성 강화’를 내세운 조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창업일가의 지배력을 오히려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현대자동차그룹의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가늠하는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DS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토요타의 지배구조 개편을 “일본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과 창업일가 승계 공백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진단했다. 일본 금융청(FSA)과 도쿄거래소(TSE)는 최근 상호출자 및 전략적 지분 보유를 기업가치 저해 요인으로 지목하며, 해소와 공시 강화를 사실상 압박하고 있다. 토요타는 이러한 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느슨해진 그룹 결속력을 다시 창업일가 중심으로 재편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핵심은 토요타자동직기(Toyota Industries)의 비상장화다. 토요타그룹은 신규 지주사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자동직기 지분을 공개매수(TOB)로 확보한 뒤 상장 폐지를 추진했다. 자동직기는 그룹 내 다수 상호·순환출자의 허브 역할을 해온 회사로, 이를 정리함으로써 그룹 전반의 출자 고리를 일거에 정돈하겠다는 계산이다. 인수 금액만 약 4.7조 엔으로, 시가 대비 20%가 넘는 프리미엄을 얹었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이 지배력 축소가 아니라 강화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자동직기 비상장화 이후 토요타 부동산(비상장)이 사실상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창업일가는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이 부동산 회사의 지분을 대거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호출자를 해소하면서도 최종 지배 구조는 더욱 단순하고 강력해지는 셈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토요타의 선택이 현대차그룹과도 여러 측면에서 닮았다고 평가한다. 현대차그룹 역시 ▲순환출자 구조 잔존 ▲총수 승계 진행 중 ▲핵심 계열사 중심의 지배구조 재편 필요성이라는 공통된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한 바 있으나, 합병 비율 논란과 주주 반발로 무산됐다.

그러나 환경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당시와 비교해 정의선 회장의 계열사 지분 가치와 자금 조달 여력은 크게 확대됐고, 시장 역시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오히려 기업가치 재평가(리레이팅)의 계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DS투자증권은 현대모비스를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두는 시나리오가 여전히 유력하다고 보며, 인적 분할과 지분 재편을 통한 단계적 순환출자 해소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토요타 사례가 시사하는 점은 ‘지주회사 전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과 한국 모두 금융 계열사 보유 규제 등의 현실적 제약이 존재하는 만큼, 핵심은 법적 형식이 아니라 지배력의 구조적 안정성과 시장 친화성이라는 것이다. 상호출자 해소와 투명성 제고라는 명분 아래, 실제로는 지배력을 더 명확히 드러내는 방향의 개편이 주주와 시장의 수용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현대오토에버를 관련 수혜주(Top Picks)로 제시하며, “지배구조 개편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중장기 기업가치 재평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요타에서 시작된 변화의 파장이 현대차그룹으로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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