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HYUNDAI 브랜드를 앞세워 1986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이미 미국 시장에서 사랑받던 일본 차 혼다(HONDA)의 ‘짝퉁’이라는 이미지를 벗기는 쉽지 않았다.
‘휸다이’, ‘현다이’로 발음하는 브랜드 이름도 알파벳 H를 형상화한 엠블럼도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싼 맛에 타는 싸구려 이미지를 벗어던진 현대차의 질주는 2022년 미국 내 판매량에서 혼다를 제치기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 361만대를 판매한 현대차그룹은 판매량 세계 3위로 혼다를 크게 앞질렀다. 그런 현대차도 혼다의 행보 중 따라잡기 어려운 것이 하나 있다.
혼다는 역대 최대 규모인 3000억엔(2조 84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진행해왔다. 물론 현대차도 향후 3년간 4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했다.
혼다는 주식 시장에서 매입 아니라 우호 관계에 있는 은행과 보험사가 보유한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현대차의 자사주 매입과 다르다.
혼다는 더 큰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금융기업들과 서로 지분을 보유하는 지분 관계를 청산하고 있다. 물론 혼다만의 일은 아니고 일본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은 1945년 패전 이후 미 군정이 들어서면서 재벌이 해체됐다.
지배주주가 없는 상장기업들은 자본시장이 개방되자 서로 주식을 취득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밀려오는 자본에 기업을 뺏길까 겁이 났다. 그래서 주식을 서로 보유해 주주총회에서 서로에게 유리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그걸 ‘상호주’라 부른다.
상호주 보유는 전체 주주들의 돈인 회삿돈을 소수인 경영진에게 유리하게 사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혼다는 “상호 주식 보유를 빠른 시일 내에 끝내고, 중장기 투자자를 유치해 주주를 다변화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어떨까.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최근에도 상호주를 늘렸다는 것이다. 지난 3월 KT의 기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하면서 현대차그룹은 KT의 8.07%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지난 2022년 9월 KT와 7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한 결과다.
여기엔 더 의심스러운 사건들도 얽혀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동서인 박모씨가 설립한 벤처기업은 2022년 KT 계열사로 편입됐다. 그에 앞서 구현모 당시 KT 대표의 친형이 설립한 회사는 2021년 현대차에 인수됐다.

현대차와 혼다의 가장 큰 차이는 지배주주의 존재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가 21% 가량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 관계인 지분을 합쳐도 30%가 안 된다. 부족한 지배력을 보완하는 것이 상호주와 계열사 끼리 지분을 갖는 순환 출자다.
지배주주가 지배력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가 단순하게 정리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1946년 10월 혼다 자동차의 전신인 혼다 기술연구공업을 창업한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郎)는 1973년 65세 나이로 물러났다. 이후 전문 경영인이 혼다 사장을 맡는 지배구조가 확립됐다.
혼다라는 이름만 사명으로 남겼지만, 창업자 퇴진 뒤 회사엔 혼다 가문 사람이 없다. 주요 주주 명부에도 혼다 가문이나 관련 법인을 찾아볼 수 없다.
아버지 혼다 소이치로 못지않게 자동차를 사랑했던 아들 혼다 히로토시는 아버지가 은퇴한 1973년에 혼다를 떠나야 했다. 아버지의 뜻이었다. 아들은 자동차 엔진 회사 무겐 모터스포츠를 차려 독립했다.
혼다의 1대 주주는 5.15% 지분을 가진 노무라증권이다. 블랙록(3.00%), 메이지야스다생명(2.62%), 니폰생명(1.52%), 악사(1.08%), 미쓰비시UFJ자산운용(1.05%) 등 국내외 금융 기업에 지분이 흩어져 있다. 혼다 가문은 물론, 특정 지배주주가 없다.
반면 현대차는 정주영-정세영-정몽구-정의선으로 이어지는 가족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라는 순환 출자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결국 지배주주의 존재 때문이다.
현대차의 질주가 혼다를 따라잡았다는 칭찬이 멋쩍어지는 대목이다. 현대차의 갈 길은 아직 멀다.

현대차 자사주 소각과 인도 상장은 '조삼모사' [기자수첩]
결국 지배주주에게만 이익 중국 송나라 때 저공은 원숭이를 키웠다. 그러나 원숭이들이 많아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어느 날 저공이 “앞으로 너희들에게 나누어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원숭이들은 화를 냈다. 그러자 저공이 “그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면 어떻겠느냐?”고 하자 원숭이들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여기서 나온 말이 조삼모사다. 최근 현대자동차를 보며 떠오른 말이기도 하다. 현대차 인도 법인이 오는 22일 인도 주식시장에 상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통신은 5일 보도했다. 현대차 인도 법인 기업 가치를 190억 달러(약 25조 6000억원)로 보고 전체 지분의 17.5%를 공개해 33억 달러(약 4조 5000억원)를 조달한다는 것이다. 인도 지수가 역대급 호황인 […]

KT 최대주주 된 현대차...경영 개입 않는다는데
현대차, 국민연금 제치고 최대주주로 현대자동차(4.86%)와 현대모비스(3.21%)가 도합 8.07% 지분을 가진 KT의 최대주주가 됐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올해 2~4월 1.02% 지분을 팔며 지분율이 7.51%로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제1국가기간통신망 사업자이며 동시에 대한민국 대표 통신사인 KT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대차 “KT 경영 개입 안 해” 김승수 현대차 부사장은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KT 경영에 개입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KT와 사업 제휴의 실행력 강화를 위해 상호 지분을 투자한 것”이라면서도 지분 매각을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문제 없다” 이날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KT 최대주주 변경을 충분히 심사했다”고 밝혔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KT 최대주주 변경 심의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