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일고속의 주가 급등은 기업 실적이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추진 가능성이라는 불확실한 기대 하나만으로 주가는 비정상적으로 요동쳤고, 시장은 이를 전형적인 ‘테마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천일고속이 다른 실질적 호재나 구조 개선 성과 없이도 주가가 폭등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천일고속은 전체 발행주식 가운데 약 85.74%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은 약 14%, 물량으로는 20만 주 수준에 불과하다. 이른바 ‘품절주’다. 유통 주식 수가 지나치게 적다 보니, 소액 매수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할 수 있고 가격은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왜곡된다. 이는 투자 판단을 흐리게 하고, 일반 투자자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구조다.
실적은 더 심각하다. 천일고속은 2019년 이후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올해에만 27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본업의 경쟁력 회복이나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에 대한 평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주가는 ‘재개발 기대’라는 단일 서사에 올라타 급등했다. 전문가들이 “언제 폭락해도 이상하지 않다”며 투자 주의를 당부하는 이유다.
상장은 단순한 주식 거래 허가가 아니다. 충분한 유통 주식과 합리적인 가격 형성, 기업 가치에 대한 시장의 정상적 평가가 전제돼야 한다. 특정 종목이 유통 물량 부족으로 상시적인 시세 왜곡 상태에 놓이고, 테마가 붙을 때마다 투기판으로 변한다면 이는 자본시장 공공성을 훼손하는 문제로 봐야 한다. 이제는 ‘실적 부실 + 극단적 품절 구조’ 자체를 상장 유지 적격성의 관점에서 재검토할 때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품절 테마주에 대한 제도적 기준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