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인정보는 새고, 책임자는 비켜선 자리…‘한국 쿠팡’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김범석 의장 [사진=쿠팡]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단순 사고로 보기 어렵다. 수천만 이용자가 남긴 검색 기록부터 구매 이력, 위치 정보까지 플랫폼이 축적한 데이터는 생활 패턴을 그 자체로 보여준다. 그만큼 보호돼야 할 정보였지만, 이번 사고는 그 취급 구조가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명확히 답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미국 모회사 Coupang Inc.의 절대적 지배권을 쥐고 있다. 차등의결권을 통해 의사결정을 사실상 독점하면서도 한국 법인의 대표이사는 맡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국내 법령이 요구하는 의무와 책임에서는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구조다.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특히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지배권은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회피하는 구조—이 모순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해외 모회사+차등의결권+간접지배라는 3단 구성이다. 김 의장은 쿠팡의 장기 비전과 투자 전략을 사실상 좌우할 권한을 가지지만, 한국 내 현안에 대한 법적 책임에서는 “국내 법인의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뒤로 물러난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향후 해외 상장을 추진하는 다른 국내 기업들에게 ‘선례’로 남을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모회사는 해외에 두고, 국내 법인은 단순 운영조직으로 남기는 방식은 감독 사각지대를 넓힌다. 소비자·노동자 보호 체계는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오히려 더 취약해진다. 개인정보 유출은 그 첫 신호에 불과할지 모른다.
쿠팡은 이미 한국 유통·물류·배달 생태계를 사실상 장악한 ‘생활 인프라 기업’이다. 그만큼 공적 책임은 더 크다. 물류센터 안전, 알고리즘 공정성, 입점업체와의 거래 관행 등 플랫폼의 책임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여파는 적지 않다. 하지만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한국 법·감독의 직접적인 영향권 밖에 머물러 있다.
‘지배하는 만큼 책임진다’는 자본시장과 기업지배구조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플랫폼 경제에서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기술 기업의 해외 상장 여부가 아니다. 해외 법인을 방패로 삼고 국내 의무만 비껴가는 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한국 시장은 ‘책임 없는 지배’가 가능한 기업들로 채워질 것이다. 혁신을 위한 차등의결권이 결국 책임을 벗어나는 용도로 악용되는 순간, 제도의 설계 취지는 완전히 퇴색한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한 가지 질문을 다시 던진다.
“한국에서 돈을 벌고, 한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여야 하는가.”
김범석 의장의 현재 위치는 그 질문을 정면으로 응답하기보다, 오히려 더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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