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탄소 나오는 기업…ESG 거버넌스는 현실 감각이 답이다”

“우리는 숨만 쉬어도 탄소가 나오는 회사입니다.”
법무법인 바른 주최로 ‘Post ESG 시대, Next Risk Governance로의 전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리스크 관리체계 고도화’를 주제로 한 포럼이 4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바른빌딩 15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이날 김종필 LG화학 ESG팀장은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LG화학 같은 탄소 다배출 업종은 이사회가 추상적 윤리보다 정책 변화에 대한 ‘민감도’와 실질적 대응력을 가져야 한다”며 “ESG는 이사회 보고용 지표가 아니라,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전략적 통제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 “ESG 부서는 이사회를 바꿀 수 없다…그래서 현실로 들어간다”
김 팀장은 먼저 “ESG 부서는 이사회 구성을 바꾸거나 외부 다양성을 직접 논의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며 현실적 한계를 인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현실적인 접근을 택하고 있습니다. ESG 부서는 변화를 주도하기보다, 주어진 제도와 한계 안에서 ‘정책 민감도와 이사회 전문성의 접점을 만드는 것’에 집중합니다.”
LG화학은 ESG 리스크를 ‘정책 대응형 거버넌스’로 관리하고 있다.
즉, 단순히 환경·사회지표를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국제 정책 변화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하고, 이를 이사회와 함께 토론하는 구조를 정례화했다는 것이다.
◆ “정책 민감도, 이사회의 새로운 리스크 관리 언어”
그는 “탄소중립, 재활용, 재생에너지 같은 정책은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라며 “이사회가 이를 단순 보고가 아닌 비용화·리스크화된 시나리오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3년 전부터 ‘미래 탄소 가격’을 사업 의사결정 모델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NDC(국가감축목표)나 에너지정책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사회 차원에서 정책 리스크를 ‘비용으로 번역’하는 작업이 필수입니다.”
그는 상반기 이사회에는 정책 민감도 분석, 하반기에는 비용화·시뮬레이션 보고를 중심으로 ESG 의제를 다룬다고 설명했다.
“정책이 기업에 어떤 재무적 충격을 주는지, 어떤 시나리오가 가장 위험한지를 이사회가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게 저희 역할입니다.”
◆ “이사회는 감시기관이 아니라 토론의 장이 돼야”
김 팀장은 LG화학 이사회가 단순한 보고체계에서 벗어나 ‘토의 중심의 거버넌스’로 전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사회 의장을 맡은 외부 교수님이 스코프3(공급망 탄소 배출)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저희가 측정 한계와 데이터를 솔직히 보고드리면, 오히려 사외이사분들이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제시해 주십니다.”
그는 “이사회가 단순히 ESG 리포트를 듣는 자리가 아니라, 실제로 두세 개의 아젠다를 놓고 심층 토론하는 구조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사회의 ESG 위원회가 ‘질문하는 거버넌스’로 작동해야 합니다. ESG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입니다.”
◆ “매주 리스크를 센싱한다…이사회와 경영진의 ‘이중 보고라인’”
김 팀장은 ESG 리스크 감시 체계가 실시간 대응형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컴플라이언스, 고객 전략, 경쟁사 전략을 매주 모니터링합니다. 이 중 정책 변화 리스크가 감지되면, 매월 이사회 및 경영진에 보고합니다.
이렇게 쌓인 리포트들이 결국 반기별 이사회 보고의 기초 데이터가 됩니다.”
그는 “정책 변화의 속도를 리스크로 감지하고, 이를 의사결정에 연결하는 게 ESG 부서의 핵심 역할”이라며 “이사회가 현장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받아볼 수 있게 만드는 게 실질적 거버넌스”라고 강조했다.
◆ “탄소정책은 기업 생존의 변수…이사회가 ‘정책 감각’을 가져야”
김 팀장은 “이사회가 ESG를 윤리나 사회공헌의 관점으로만 보면 기업은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탄소가격, 에너지비용, 재활용 규제는 모두 비용이자 리스크입니다. ESG는 ‘착한 경영’이 아니라, 비용 구조를 바꾸는 경영입니다.”
그는 “이사회가 정책 리스크를 전략의 일부로 보고, 토론과 감각을 축적해야 한다”며 “그게 곧 ESG 거버넌스의 진화이며, 한국 기업이 글로벌 규제 속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