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자사주 일괄 소각은 한국 기업 경쟁력 약화…성장 지원이 주가 부양의 본질”

신현한 연세대 교수, 상법 개정 논란에 “사전규제보다 사후책임 강화가 해법…경영권 부정은 책임 원리와도 충돌”

27일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 등 주최로 의원회관에서 ‘3차 상법개정 토론회-자기주식 소각 강제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안수호]

한국 기업의 자사주(자기주식) 의무 소각을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시장 현실을 무시한 처방”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27일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 등 주최로 의원회관에서 ‘3차 상법개정 토론회-자기주식 소각 강제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가 열렸다.

신 교수는 토론회에서 “자사주 활용은 기업이 스스로 선택해 만들어낸 효율적 경영 경로임에도, 정부와 국회가 일괄 차단하려 한다”며 “이는 기업 활동 전반을 경직시키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먼저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 보유 실태를 언급했다. “2014년 기준 상장사 74%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고, 50대 그룹사의 97% 핵심 계열사가 자사주를 갖고 있으며 총 규모만 35조 원에 이른다”며 “이렇게 많은 기업이 자사주를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업 경영에서 자사주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사주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효율적 선택을 막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잔디밭 비유를 들며 “사람들이 지름길을 만들어 다니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길을 막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안 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비효율적인 여러 우회로가 새로 생긴다”며 “기업이 최적화된 전략으로 활용하는 자사주라는 길을 법으로 막으면, 불필요한 편법적 우회 전략만 늘어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규제가 강화된 배경으로 지목되는 ‘자사주 마법’ 논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인적 분할 과정에서 자사주가 활용된 몇몇 사례를 이유로 전체 기업의 자사주 활용을 금지하는 것은 잘못된 대응이라는 주장이다. 신 교수는 “만약 초기에 자사주 보유를 금지했더라면 기업은 현금으로 동일한 구조조정을 진행했을 것이고, 그때는 ‘현금의 마법’이라고 또 비판했을 것”이라며 “대안을 만들기 위해 또 다른 문제를 만들 뿐”이라고 짚었다.

또한 자사주 소각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재무관리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신 교수는 “자사주 소각으로 EPS가 4% 오른다고 해도 시장은 이미 회사의 자사주 보유 현황과 활용 가능성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 숫자만 바뀐다고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를 올리는 방법은 단 하나, 기업이 성장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R&D 투자·기술 확보·국제 경쟁력 강화가 본질이지, 회계 숫자 조정으로 주가를 높이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신현한 교수 [사진=안수호]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서의 자사주’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도 반론을 제기했다. 신 교수는 “경영권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도 있는데, 경영자에게 권한을 주지 않으면 책임도 물을 수 없다”며 “경영권은 가족의 권리·책임과 비슷한 구조다. 책임을 전제로 권한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영권이 없다면 배임죄 등 경영 책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논의는 문제를 일으킨 일부 기업을 기준으로 전체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형태”라며 “사전 차단식 규제보다는 문제가 생겼을 때 강화된 손해배상 등 사후책임을 확실히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소액주주 보호 방안과 관련해서도 “실질적 지원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소액주주들이 이사회 충실의무 조항을 바탕으로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이지만, 소액주주의 현실적 소송 부담은 매우 크다”며 “공익소송 지원, 변호사 비용 보전, 신속판결 제도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상법 개정은 드라이버만 휘두르는 보여주기식 규제”라며 “정작 중요한 퍼팅—소액주주가 실제 도움을 받을 제도—는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현재 글로벌 시장은 기업 국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 경영권을 외부세력에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법 개정은 경쟁국에만 이득을 줄 것”이라며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전제로 한 정교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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