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전략·경영권 방어·파트너십·인재 확보까지…“다양한 활용 막는 일률적 소각은 위험”
자기주식(자사주) 의무소각을 둘러싼 국회 논의가 가속하는 가운데, 기업 실무·M&A 분야 전문가들은 “일률적 소각 규제는 글로벌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27일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 등 주최로 의원회관에서 ‘3차 상법개정 토론회-자기주식 소각 강제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가 열렸다.
조이재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자사주는 단순한 주가 부양 수단이 아니라 전략·지배구조·인재경영까지 연결되는 핵심 기업자산”이라며 “공시·절차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균형 잡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먼저 “자사주는 시장 신뢰를 구축하는 대표적 도구”라고 지적했다. 셀트리온이 지속적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친화적 이미지를 확립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기업이 주가 안정성과 주주환원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데 자사주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사주가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의 핵심 자산임을 강조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CJ ENM·신세계 등과 콘텐츠·유통·물류 협력을 위해 대규모 자사주 교환을 진행했으며, 현대차그룹과 KT도 미래 모빌리티 협력을 위해 약 7,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스왑을 단행한 바 있다. 조 변호사는 “현금 유출 없이 사업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전략 도구’가 바로 자사주”라고 설명했다.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도 자사주의 활용 가치는 크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한국은 미국·일본·유럽이 갖춘 포이즌필·차등의결권·황금낙하산 같은 방어 장치를 보유하지 않았다”며 “이런 환경에서 자사주는 사실상 유일한 실질적 방어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고려아연은 2024년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249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활용해 우위를 점했다. 그는 “자사주 의무소각이 도입되면 해외 투기세력과 행동주의 투자자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임직원 보상, 특히 글로벌 스탠다드로 확산되는 선진형 보상제도에서도 자사주는 핵심적 수단이다. 삼성전자는 2024~2027년 약 1조6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RSU·PSU 등 성과보상에 활용하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 등도 자사주 기반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 확보와 조직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조 변호사는 “현금 지출 없이 우수 인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사주는 인사·조직 전략의 핵심 도구”라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5년 11월 발표한 조사에서도 기업들의 우려는 뚜렷하다. 자기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상장사 104곳 중 62%가 의무소각에 반대, 신규 취득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60.6%, 향후 취득 축소·중단 의사는 83%에 달했다. 조 변호사는 “단기 주가 부양 외의 실익이 사라지고, 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비교에서도 한국만 역주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외 시총 상위 30대 기업의 자기주식 평균 보유 비율은 미국이 24.5%, 일본·독일·중국도 의무소각 제도를 두지 않는다. 조 변호사는 “한국 기업만 자사주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되면 경영권·자본정책·재무전략에서 해외 경쟁 기업 대비 명백한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규제의 방향을 ‘전면적 소각’이 아닌 ‘절차·투명성 강화’로 잡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2025년부터 도입되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1% 이상 자사주 보유 기업의 정기 공시, 공시 위반 제재 규정 등을 통해 이미 상당 부분의 남용 가능성이 통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안으로 △중요 자사주 처분 시 주총 승인 의무화 △외부평가기관을 통한 가격 적정성 검증 △인적분할 시 신주배정 금지(‘자사주 마법’ 차단) 등을 제시했다. 또한 “필요하다면 취득·처분 절차에 대한 추가적 투명성 규제 도입도 가능하다”며 “경영권 방어와 주주보호가 균형을 이루는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자사주를 다양한 전략 목적에 활용할 수 없게 되면 한국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셈”이라며 “지배구조 개선 취지는 살리되 기업의 전략적 유연성과 주주보호 기능을 함께 고려하는 정교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