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인수·지배구조 분쟁 전문인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가 “현행 법제하에서는 소수주주를 보호할 실효적 장치가 사실상 부재하다”며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26일 한국거버넌스포럼 주최 세미나에서 현대백화점·한샘 등에서 반복된 ‘대주주 고가매각–소수주주 저가축출’ 사례를 언급하며, “이제는 사고 수준의 문제라 부를 만큼 구조적 불공정이 누적돼 있다”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대주주 매각 정보가 먼저 유통돼 주가가 떨어지고, 포괄적 주식교환 같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액주주가 헐값에 축출되는 관행이 수년간 반복돼 왔다”며 “사건이 터진 뒤 소송 문의가 쏟아지지만, 현행 법체계로는 당장 막을 방법이 없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미국은 의무공개매수가 없지만 강력한 주주대표소송과 판례법이 이를 보완하지만, 한국은 소송 제도·디스커버리·감독체계 모두 취약하다”고 지적하며 한국적 상황에서는 제도 도입 필요성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도 설계 시 과도한 규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5% 지분 취득만으로 의무가 자동 발동되는 법안들이 다수 제출돼 있으나, 한국처럼 대주주 지분이 매우 높은 시장에서는 “지배권 경쟁과 정상적 투자 활동까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한 전량매수 의무를 예외 없이 부과하면 “상장 유지 비용 부담 때문에 상폐 유인이 커져 오히려 소수주주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현실적인 설계 기준으로 다음을 제시했다. ▲의무발동 요건은 ‘지배권 실질 변경 여부’ 중심으로 설정할 것 ▲매수가격에는 반드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할 것 ▲최근 1년 매입가격 기준을 적용해 일반주주도 동일 조건을 보장받도록 할 것 ▲전량매수 원칙을 기본으로 하되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한 예외 조항도 병행할 것 등이다.
구 변호사는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소수주주 보호라는 목적 아래 도입돼야 하지만, 한국 기업지배구조·사법 환경·시장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단순 도입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형 모델로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시장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는 미룰 수 없는 제도”라며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공정한 가격으로 동일한 출구를 보장받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입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