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국내 행동주의 자본의 압박이 한국 대기업들의 전략을 사실상 다시 짜고 있다. SK스퀘어가 강도 높은 신(新)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태광산업도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을 전격 철회하며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조기에 차단했다. 시장에서는 “행동주의가 실제 변화를 만들어낸 대표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 SK스퀘어·태광산업, 행동주의가 전략 수정의 직접 계기
SK스퀘어는 지난해 팰리서캐피털이 지분을 확보한 뒤 꾸준히 제기해온 자사주 매입 확대·지배구조 개선·자본 배분 원칙 명문화 요구에 맞춰 기존 밸류업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NAV 할인율 목표를 2027년 50% → 2028년 30% 이하로 강화했고, COE(자기자본비용) 초과 ROE 달성·PBR 1배 유지 등 구체적 재무 목표를 제시했다. 지속적 자사주 매입과 누적 6.6% 소각 역시 행동주의가 요구해온 핵심 항목이었다.
태광산업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반복됐다.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3200억 원 규모 EB 발행 발표 직후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강하게 반발하며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했다. 주가 희석 우려·지배구조 리스크를 문제 삼은 행동주의의 지적은 결국 발행 철회로 이어졌다. 회사는 “주주가치 보호와 정부 정책 기조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행동주의 압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 태광산업, EB 철회…트러스톤 “주주 목소리 반영된 첫 사례”
태광산업은 24일 EB 발행 계획을 백지화하며 “주주 이해와 시장 여건을 종합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근 주가 급락·조달 비용 상승에 더해, 주주가치 희석 논란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 역시 자사주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이라 EB 구조는 정책 흐름과도 충돌했다. 여기에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겹치며 태광산업이 ‘리스크 축소’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러스톤은 즉각 환영 입장을 내고 가처분 소송도 취하했다. “주주 의견이 이사회에서 반영된 뜻깊은 결정”이라며 “앞으로는 신사업 확장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 로드맵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태광산업의 PBR 0.17배, 장기간 낮은 거래량 등을 예로 들며 “사업 재편과 주주환원 강화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 한국 기업들, ‘행동주의 대응’이 곧 밸류업 전략이 되는 흐름
두 기업의 사례는 공통적으로 행동주의 요구가 단순한 비판을 넘어 기업 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SK스퀘어는 글로벌 행동주의의 ‘협력형 개입’ 속에서 전략을 정교화했고, 태광산업은 국내 행동주의의 법적·정책적 압박 속에서 자금조달 방식을 재검토했다.
특히 두 경우 모두 자사주 활용 방식이 핵심쟁점으로 등장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SK스퀘어는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주가치를 강화했고, 태광산업은 자사주 기반 EB가 주주가치 훼손으로 직결된다는 지적에 발행을 철회했다. 이는 상법개정안, 정부의 자사주 규제 강화 기조와도 맞물리며 기업들이 ‘성과 중심의 자본 정책’을 택하도록 유도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행동주의는 일시적 이벤트 아닌 구조적 변수”…내년 주총 시즌 분수령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내년 주총 시즌을 기점으로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행동주의가 한국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고, 국내 운용사들도 기업가치 제고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제도 환경의 변화도 행동주의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결국 SK스퀘어와 태광산업 사례는 한국 기업들이 행동주의를 단순한 외부압력으로 보던 과거와 달리, 행동주의를 계기로 전략을 재정비하고 주주가치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