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영 연구위원, 주주권 강화를 위한 구조개편 촉구

국내 자본시장이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최근 연속된 상법 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파생상품학회는 21일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위한 정책과제를 논의했다.
황현영 연구위원은 이날 발표에서 “ACGA의 아시아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한국은 경제 규모와 달리 낮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올해 들어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연속된 상법 개정과 주주권 강화 흐름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상법 1·2차 개정으로 도입된 충실의무 명문화, 독립이사 요건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전자주총 의무화 등을 짚으며, “이제는 법률 개정보다 주총이 실제로 작동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새 제도 대부분이 이사·감사 선임을 전제로 하는 만큼, 소액주주가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현행 구조가 유지된다면 “결국 지배주주의 영향력만 강화되고 법 개정의 취지가 무력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황 연구위원은 한국 주총의 가장 근본적 문제로 ‘3월 말 10일 집중 개최’를 꼽았다. 전체 상장사의 96.4%가 일주일 사이에 주총을 열어 기관투자자는 수백 개 안건을 며칠 만에 검토해야 하고, 해외 기관은 실질적으로 3~5일밖에 시간이 없다. 일본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주 전 안건 제공’을 의무화한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도 최소한의 검토 기간을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는 의결권·배당 기준일을 연말로 묶어두는 관행 때문에 “3월 주총에 참여하는 주주 상당수가 이미 주주가 아닌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기준일을 이사회 결의일로 바꾸도록 유도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기업이 다시 연말로 지정해 “정관만 바꾸고 실천은 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배당 공시의 ‘깜깜이 관행’도 문제로 지적됐다. 황 연구위원은 “법적으로 6주 전에 재무정보가 감사에게 전달되므로 배당 결정도 가능하지만, 상당수 기업이 일부러 뒤늦게 공시해 주주 제안을 무력화한다”며 “정관 변경 여부보다 실제 배당 기준일·배당액을 명확히 공시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사 보수 승인 구조 역시 글로벌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여전히 ‘보수한도’만 승인해 실제 보수 규모를 알기 어렵고, 퇴직금 포함 공시에 따른 왜곡도 심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주주수익률(TSR)과 임원 보수 연계를 공시하도록 추진하는 것은 큰 진전”이라면서도 “등기·미등기 여부, 상근 여부 등 핵심 정보는 추가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역시 확산되고 있으나, 여전히 의결권 행사 품질에는 차이가 크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일본 GPIF처럼 국민연금이 수탁기관의 이행을 적극적으로 감독해야 한다”며 “기관투자자가 실제로 행동할 수 있도록 대량보유 규제와 의결권 권유 제도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해외 기관투자자에 대한 불리한 의결권 행사 환경도 구조적 문제로 지적됐다. 국내는 전자투표 인증 방식이 개인 중심이라 해외 기관이 사실상 이용할 수 없고, 상임대리인 제도상 4영업일 전까지 의결권이 도달해야 해 검토 시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해외 기관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면 한국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신뢰도는 개선될 수 없다”며 “전자투표 인증 개선과 상임대리인 제도 전면 재설계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연구위원은 “주주총회 제도는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라 코리아 프리미엄 해소와 연결된 구조개혁의 핵심”이라며 “주총을 바꿔야 상법 개정의 취지가 살아나고, 해외 자본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 평가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