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양식품그룹의 최근 인사는 여러모로 묘한 인상을 남긴다. 오너 2세인 전인장 전 회장은 횡령죄로 실형을 살고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여전히 동종업계 취업 제한 5년이 적용되는 상태다. 2022년 형기를 마친 그는 최소 2027년까지 경영 일선 복귀가 불가능하다. 법적 제재와 사회적 신뢰 회복이라는 ‘멈춤의 시간’을 요구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멈춤의 시간’ 동안 전인장 전 회장의 아들인 전병우 전무는 거꾸로 속도를 내고 있다. 2019년 20대 중반의 나이로 입사해 불과 6년 사이에 부장→이사→상무→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회사는 “불닭 글로벌 프로젝트 성과”라고 설명하지만, 오너 3세가 법적 제약과 무관하게 조직 상층부를 빠르게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거운 질문을 남긴다.
쟁점은 단순하다. 취업 제한으로 2세가 빠진 자리를 3세 승진이 그대로 대체하도록 두는 것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는가. 특경법상 취업 제한은 당사자 개인을 벌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 운영의 투명성·거버넌스 리스크를 사회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장치다. 기업이 동일한 지배력 라인을 통해 그 공백을 ‘혈연 승계’로 메워버린다면, 법이 요구한 제재의 실효성은 사실상 반감된다.
더구나 전병우 전무는 그룹 해외사업의 핵심 의사결정권을 쥐는 위치에 올랐지만, 그의 능력과 리더십은 시장이 검증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의 ‘줄달음 승진’은 오너 일가 중심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기 포석으로 비칠 수 있다. 성과주의가 아니라 ‘혈통주의’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사실 삼양에게는 이번 기간이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오너 리스크로부터 독립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고, 불닭 이후 글로벌 전략을 투명하게 다듬을 절호의 시기였다. 그러나 회사가 선택한 길은 다시금 오너 일가 중심의 구조를 공고히 하는 방향이다. 법이 요구한 일시정지를 조직 문화가 스스로 무효화하는 셈이다.
전병우 전무의 승진이 진정한 성과의 결과인지, 아니면 전인장의 공백을 메우는 ‘대리 경영 승계’인지는 삼양이 더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제품이 아니라 지배구조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2세는 법의 제약으로 멈춰 있는데, 3세는 달리고 있다.
삼양은 이 불균형에 대해 시장이 납득할 답을 내놓을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