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지배구조, ‘낙하산·편향·불신’의 악순환 끊어야” [현장+]

임원추천위·위원회 구조 전면 손질 필요

류제강 본부장 “심의·운용·전문위 모두 정부 입김·구조적 결함 심각…독립성 확보가 개혁의 출발점”


임추위 구조부터 왜곡…“이사장·감사·비상임이사 모두 정부·공단 영향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기금 거버넌스 개선 무엇을 해야하는가’ 좌담회가 열렸다.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전반에 정부·공단의 영향력과 정치적 편향이 고착돼 있으며, 이를 개혁하지 않으면 기금운용 안정성도, 국민 신뢰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좌담회에서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국민연금의 인사·운용·심의 체계 전체를 분석하며 “국민연금 거버넌스의 가장 큰 문제는 독립성의 부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경영진 선임의 출발점인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구조적 결함을 짚었다. 이사장, 감사, 상임·비상임이사 등 모든 인사가 임추위를 거치지만, 그 임추위 자체가 이미 공단 추천 인사 3명에 의해 좌우되는 방식이라 사실상 정부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비상임이사가 다수 참여해 독립적 구조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 반복, 민주노총 추천 이사 배제, 비상임이사 공석 장기화 등이 이어지며 대표성과 독립성이 모두 붕괴됐다고 그는 분석했다.

류 본부장은 “규정에는 ‘공단 구성원 전체 의견을 수렴하라’고 돼 있지만 관행이라는 이유로 공단 추천 인사만 반복 임명되고 있다”며 “원칙이 무력화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심의위원회는 사실상 형식…“회의 전에 이미 보도자료가 먼저 나온다”

운영체계의 또 다른 축인 국민연금 심의위원회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도·재정 전반을 다루는 핵심기구임에도 연 1회 대면회의에 그치고, 심의 결과보다 복지부 보도자료가 먼저 배포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심의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것이다.

심의위원 구성에서도 민주노총·한국노총 추천 전문가가 배제되고, 생소한 단체가 들어오는 등 대표성과 전문성이 모두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법에 ‘근로자 단체 추천’이라고만 돼 있어 정부가 임의로 해석하며 특정 단체를 배제·선호하는 구조가 고착됐다”고 지적했다.


류제강 본부장 [사진=안수호]

기금운용위원회도 비례성·독립성 훼손…“품위유지 위반 해촉·2년 공석 등 정부 개입 정황”

기금운용위원회 역시 대표성과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현재 기금운용위는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대표가 참여하는 20명 체계지만, 실제 국민연금 가입자 구성과 비례성이 맞지 않는다. 사업장 가입자가 66%, 지역가입자가 28.8%임에도 기금운용위에서는 지역가입자 대표가 6명으로 오히려 사업장 대표보다 많다.

또한 과거 특정 위원을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모호한 사유로 갑작스럽게 해촉하거나, 위원 자리를 2년 이상 공석으로 둔 사례도 있었다. 류 본부장은 “정부가 특정 의견을 배제하고 의사결정을 흔들려 한 정황이 있었다”며 “국민의 돈을 굴리는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이렇게 흔들리면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무평가위·전문위원회도 절차 위반…“근로자 위원 배제·서면심의 편법 처리”

기금운용위원회를 보완하는 실무평가위원회(실평위)와 기금운용 전문위원회도 공정성·절차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올해 초 실평위에서는 근로자 추천 전문가 3명이 “결산은 대면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복지부가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에게만 서면 동의를 돌려 안건을 강행 처리한 사례가 있었다.

류 본부장은 “이런 절차 위반이 반복되면 위원회는 형식적 존재가 되고 기금운용의 책임·견제 기능이 붕괴된다”며 서면심의 제한과 절차 위반 제재 도입을 주장했다. 또한 2023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긴급’을 명분으로 단체 추천 전문가를 6명에서 3명으로 축소한 사건도 “불편한 의견을 줄이려 한 정부 개입의 연장선”이라고 지적했다.


국민 신뢰 급락…“기금 고갈 프레임·정치적 갈라치기가 불신 키웠다”

류 본부장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불신도 구조적 문제와 정치적 요인과 맞물려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총 조사에서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5.7%, 고용복지학교 조사에서도 32.9%에 달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금 고갈 공포(70% 이상)였다.

그는 “일부 정치권과 관료가 ‘기금 고갈’ 프레임을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며 청년세대와 장년층을 갈라치기 했다”며 “제도 개혁을 정당화하기 위해 위기론이 과장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홈플러스 LBO 투자 실패 등 국민연금이 연루된 대형 사건들도 신뢰 하락을 가중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 개혁의 첫걸음은 독립성 회복…임추위·위원회 구성 즉시 손봐야”

류 본부장은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독립성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추위의 공단 추천 구조 축소, 노동조합 참여 의무화, 구성원 투표·합의 절차 명문화 등 근본적 재편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심의위원회·기금운용위 역시 가입자 비례구조에 맞춰 재정비하고, ‘근로자 단체’ 요건을 전국 단위 총연합단체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익위원 선정도 정부가 아닌 전문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절차 위반을 막기 위한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서면심의 제한, 의사결정 무력화 시 제재 도입, 위원회 운영 투명성 제고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소득을 책임지는 핵심 제도”라며 “정치 개입·낙하산·불투명 구조가 지속되면 신뢰 회복은 불가능하다. 개혁의 출발점은 거버넌스 독립성을 되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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