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병보석·배임 논쟁 넘어 ‘지배주주 충실의무’까지”…이호진 방지법의 근본 취지

범여권 국회의원 다수와 노동시민사회 11개 주요 단체는 18일 오전 10시 이른바 ‘이호진 방지법’ 발의와 관련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상법 개정 시대 경제정의에 대한 정치권, 법조계, 학계, 시민사회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강도연 노무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병보석 제도의 왜곡, 상법 충실의무 개정의 본질, 그리고 지배주주의 책임 문제를 하나의 축으로 엮어내며 “이호진 방지법은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기업제도 전반을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 노무사는 먼저 병보석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짚으며 “어느 병원이든, 어떤 의사든, 또 누가 의뢰하느냐에 따라 진단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재벌 총수의 진단서가 허술한 검증 없이 법원·법무부에 제출되고, 장기간 보석의 근거로 활용되는 과정은 “유전무죄·무전유죄의 대표적 장면”이라는 것이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통일적 기준으로 진단서를 발급해야 한다는 개정안은 병보석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이호진 방지법이 지닌 현실적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말이 이호진 방지법이지, 태광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총수 비리를 20여 년간 파헤쳐 온 시민사회 활동이 있었기에 ‘이호진’이라는 이름이 사회에 드러난 것일 뿐, 병보석 특혜·사익편취·지배구조 왜곡은 다른 대기업에서도 충분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표제는 이호진이지만, 실제 규제 대상은 ‘경제력 가진 모든 재벌’이다”라는 것이다.

강 노무사는 토론의 초점을 상법 개정으로 돌렸다. 올해 개정된 상법은 “이사회 충실의무 확대”로 널리 소개됐지만,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주주 충실의무’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이사가 회사에 대해 부담하던 충실의무의 범위가 전체 주주의 이익까지 넓어진 것일 뿐, 주주 또는 지배주주가 법적으로 충실의무를 지게 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강도연 노무사

이를 위해 그는 충실의무와 선관주의 의무의 차이를 간단히 정리했다. 선관주의 의무는 “목동이 양을 돌보듯 직무를 신중히 수행하는 의무”라면, 충실의무는 “이해충돌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보다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의무”라는 것이다. 개정 상법의 의미는 후자, 즉 이사회의 충실의무를 보다 깊게 하고 적용 범위를 넓히는 데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번 상법 개정이 실제 판례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트러스톤의 태광산업 교환사채 발행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사례를 들며, “상법 개정 첫 판단이 이렇게 나온 것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주주 충실의무와 절차적 통제 강화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법원의 새로운 해석과 보다 촘촘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론의 결론부에서 강 노무사는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핵심을 ‘지배주주 충실의무’로 돌렸다. 그는 “이사는 법적 책임을 지지만, 실제로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소수 지분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지배주주”라며 “이들의 책임을 제대로 규율하지 못하면 상법 개정의 효과는 반감된다”고 지적했다. 보험업법에서 대주주 지분을 60%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한 규제, 공정거래법에서 ‘지시’뿐 아니라 ‘관여’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 변화 등은 모두 현실적 형태의 ‘지배주주 충실의무’가 부분적으로 법제화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제는 개별 법령의 부분적 반영을 넘어, 상법 차원의 총론적 규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배주주가 사실상 회사의 모든 결정을 주재하는 현실을 법이 외면한 채, 이사만 책임지게 하는 구조로는 기업범죄·사익편취·병보석 특혜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강 노무사는 “이호진 방지법은 특수한 사람의 이름을 붙였을 뿐, 실제 목적은 대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회복”이라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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