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윤태준 액트 소장, 상법 개정·주주행동주의 시대 선언 [현장+]

발언하는 윤태준 소장

 

전자주총·주주충실의무·집중투표제…“23년 만에 소액주주가 처음으로 ‘플레이어’가 된다”

한국 자본시장이 20년 넘게 붙잡혀온 ‘박스피’의 구조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을까. 주주환원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이 본격 추진되면서, 시장에서는 “한국 증시가 처음으로 장기 우상향의 기반을 갖추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액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ACT)’의 윤태준 소장은 19일 LS증권 주최 강연에서 “이번 개정은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한국 시장의 구조적 체질개선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이제 소액주주가 진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고 강조했다.

■ “소액주주는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다”…변화의 중심에 선 상법 개정

윤 소장은 먼저 주주충실의무 신설,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독립이사 명칭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이번 상법 개정의 핵심으로 꼽았다. 이 중에서도 그는 *‘주주충실의무’*가 시장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시장에서는 오래도록 일부 주주에게만 유리한 결정을 이사회가 서슴없이 내리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다수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앞으로 명백히 책임을 묻게 됩니다. 이것은 기업 경영을 방해하는 규제가 아니라, ‘당연히 하면 안 될 결정을 하지 말라’는 최소한의 기준입니다.”

그는 또한 전자주주총회가 “소액주주의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그동안 물리적으로 주총 참석이 어려웠던 개인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해 정보와 표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주먹구구식 주총을 진행하던 중소형 상장사들도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지는 셈이죠.”

■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의 첫 ‘실탄’…내년 대형 상장사에서 역사적 장면 나온다”

윤 소장이 가장 강하게 기대감을 드러낸 제도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다.
그는 이를 “소액주주의 첫 실질적 무기”라고 표현했다.

“100주를 가진 주주가 3명의 이사를 뽑을 때 300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게 되는 제도입니다. 이제 정말 소액주주가 ‘원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죠.
내년 대형 상장사들에서 이 제도를 실제로 활용한 행동주의 이벤트가 분명히 등장할 겁니다.”

다만 대형 기업은 개인의 표만으로는 캐스팅보트가 어렵기 때문에, 그는 “행동주의 펀드와 연기금, 기관투자자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3%룰’: “총수 일가의 표 대량동원 꼼수, 드디어 막힌다”

윤 소장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2인 이상 확대’가 가지는 의미를 매우 높게 평가했다.

“지금은 감사위원 중 분리선출되는 인원이 1명뿐이라 오너 일가가 우회적으로 표를 동원해 이를 무력화하는 꼼수가 가능했습니다. 가족 단위로 3%씩 쪼개면 15~30%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죠.
이번 개정안은 ‘특수관계인 전체 합산 3% 초과 의결권 금지’로 이런 편법을 원천 차단합니다.”

그는 이를 “한국 기업지배구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소액주주 보호 장치”라고 규정했다.

■ “경영 활동 위축? 전혀 사실 아니다…기업이 잘하면 소송 걱정은 없다”

최근 경제단체들이 ‘경영활동 위축’, ‘소송 남발’을 주장하며 상법 개정 반대 논리를 펴고 있는 것에 대해 윤 소장은 단호했다.

“회사가 잘하기만 하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투자·경영 의사결정은 상법 개정과 무관해 소송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건 ‘특정 주주에게만 유리한 결정’이나 ‘분할·합병처럼 주주의 재산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결정’뿐입니다.
오히려 당연히 견제받아야 할 영역을 제대로 규율하는 것이고,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단 1도 없습니다.”

■ 한국형 주주행동주의의 확산…“코스닥은 개인지분 70~80%, 변화 폭이 더 클 것”

윤 소장은 내년부터 ‘한국형 행동주의’가 본격적으로 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코스닥 기업은 개인 지분이 70~80%를 넘는 곳이 많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소액주주가 마음만 먹으면 정관 변경부터 이사 선임까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상법 개정은 이 힘을 기술적으로,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정식 무기 개봉’과 같습니다.”

특히 액트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기반의 주주연대가 늘어나면서 “중소형주에서는 실제 변화가 급격히 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아미코젠·율촌화학 사례: “두드리면 열린다…소액주주의 가능성이 이미 증명됐다”

그는 올해 시장에서 주목받은 두 건의 성공적 행동주의 사례도 직접 언급했다. 아미코젠은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개별 주주의 주도 아래 신규 이사 선임에 성공했다. 율촌화학은 소액주주와 회사 간 구조적 갈등이 개선되고 IR 투명성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율촌화학은 싸우려고 한 게 아니라 ‘정보를 달라’는 요구였고, 결국 회사가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이런 선례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입니다. 소액주주가 연대하면 기업은 예전처럼 무시할 수 없습니다.”

■ 액트 플랫폼의 확장…“전자주총 시대, 소액주주의 기술적 인프라가 되겠다”

액트는 이미 주주 제안 서류 발급, 표 대리모집, 민원 작성 지원, 언론 전달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윤 소장은 내년 전자주총 시대에 액트의 역할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 주총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순간이 오고 있습니다.
액트는 전자주총 참여, 의결권 행사, 주주연대 조직화 등 소액주주들의 실질적 행동을 돕는 인프라가 될 것입니다.”

■ “한국 주식시장도 미국처럼 장기투자 시장으로 변할 수 있다”

윤 소장은 한국 시장이 오랜 기간 박스권에 갇힌 이유를 “EPS는 성장하지만 PER이 오르지 못한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다.

“미국은 극단적 주주환원 정책으로 PER이 높게 형성돼 장기적으로 주가가 우상향했습니다.
한국도 이제 환원 강화·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춰가는 단계입니다.
이번 상법 개정은 단기 부양책이 아니라 한국 시장의 ‘체질 개선식’입니다. 꾸준히 먹이면 반드시 건강해집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당부했다.

“한국시장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지금은 한국 자본시장이 처음으로 ‘정상적인 시장’이 되기 시작한 역사적 순간입니다.
소액주주가 시장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대가 이제 막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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