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회사는 왜 모든 주주의 것인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상법 제1조는 “① 대한민국은 주주자본주의를 따른다. ② 주주는 주식 수에 따라 권리를 행사하며, 기업의 의사결정은 주주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규정해야 하지 않을까. 뒤늦게나마 이러한 이념을 담으려는 시도가 최근 상법 개정 논의다.

재계에서는 주주가 기업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사실을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배주주가 아닌 비지배주주는 외부인으로 보는 인식이 남아 있다. 장기간 회사와 함께하는 지배주주나 종업원에 비해, 소액주주는 언제든 주식을 사고팔 수 있으니 ‘운명공동체’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주주가 아무리 자주 바뀌어도 최초로 주식을 발행할 때 들어온 자본금이 기업을 키우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최초의 주식회사는 영국과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였다. 영국 상인들은 대규모 자본을 모으기 위해 주식회사 형태의 동인도회사를 만들기로 하고 출자자를 모집한 끝에, 1600년 12월 31일 218명의 주주가 회사의 기초를 세웠다.

동인도회사의 항해는 엄청난 이익과 위험이 공존했다. 그래서 항해별로 투자하기보다 전체 항해를 통솔하는 회사에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분산했다. 오늘날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 개념과 비슷하다.

어느 기업이든 초기에는 위험이 크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그 위험을 감수한 초기 주주들에게는, 기업이 안정화된 뒤에도 주주로서 권익을 보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형성 과정은 이와 다소 다르다. 기업들은 정부와 결탁했고, 정부 자금과 금융권의 지원을 받았다. 문어발식 확장 과정에서는 기존 계열사의 자금이 새로운 계열사를 키우는 마중물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의 힘이 기업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인식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소액주주를 ‘남’으로 보는 인식은 우리 자본주의 역사가 짧고 기반이 약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배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 종업원도 고객도 아닌 바로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때 우리 경제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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