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스피 4000, 이번엔 다를까

코스피가 ‘꿈의’ 4000선을 넘겼다. 과거에도 지수는 여러 차례 ‘꿈의 구간’을 넘보았지만, 그때마다 불안한 펀더멘털과 신뢰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는 믿음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니라, 한국 기업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신뢰가 주가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상법 개정과 거버넌스 개혁이 있다. 오랜 기간 미뤄졌던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 주주권 확대, 이사회 독립성 제고 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과거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상징되던 낮은 밸류에이션이 서서히 해소되는 조짐이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새롭게 평가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정부와 국회는 개혁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아야 한다. 상법 개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라는 구태를 끝내기 위한 자사주 의무 소각 제도화는 시급한 과제다. 자사주는 주주환원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소각을 통한 투명한 가치 제고가 원칙이 되어야 한다.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언에 그치지 않고, 법과 제도 속에 녹여내야 한다. 단기 주가 부양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신뢰의 축적이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을 바꾼다. 정부의 정책 일관성, 국회의 초당적 협력, 기업의 진정성 있는 변화가 맞물려야 한다.
코스피 4000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한국 기업의 ‘신뢰 프리미엄’이 처음으로 제대로 평가받는 순간일 수 있다.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믿음을, 정책과 제도로 증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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