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SK스퀘어·삼성물산을 잇는 최근의 주주행동주의 공세는 단순히 기업가치 저평가나 배당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회사보다 자회사 가치가 더 크다’는 구조적 불균형이다. LG화학의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SK스퀘어의 SK하이닉스,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은 각각 모회사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런데도 시장은 여전히 모회사를 ‘할인된 껍데기’로 평가한다. 자회사 주가가 뛰어도 모회사 주가는 꿈쩍하지 않고, 이익이 연결재무제표로 합산돼도 시장은 이를 독립적인 가치로 인정하지 않는다. 바로 이 틈새를 글로벌 행동주의 자본이 파고든다.
팰리서캐피탈이 LG화학에 던진 자사주 매입 요구는 결국 이 ‘중복 상장 구조’에서 비롯된 자본 비효율성을 겨냥한 것이다. 자회사 지분가치가 고스란히 묶여 있는 한, 모회사는 영원히 저평가의 굴레를 벗기 어렵다. 해외에서는 이런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자회사 상장 폐지를 통해 기업가치를 재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도 더 이상 이 문제를 ‘지배구조 특수성’이라는 명분 뒤에 숨길 수 없다. 자회사 가치가 모회사의 족쇄로 작용하는 한, 외국 행동주의의 공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중복 상장 구조부터 손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밸류업’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