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전면 폐지보다 정교한 대안 설계가 먼저” [현장+]

  • 시민단체 “배임죄 전면 폐지, 대안 부재…형벌의 최후수단성 훼손”

이재명 정부의 배임죄 폐지 방침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공유됐다.

경제개혁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경제위원회·이로움재단·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4일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이재명 정부·민주당의 형법상 배임죄 폐지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경제개혁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경제위원회·이로움재단·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이재명 정부·민주당의 형법상 배임죄 폐지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안수호]
  • 장진환 “모형은 독일·프랑스·영미 3분류…개별법 열거·포괄조항은 공백·모호성 초래”

이날 장진환 박사(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는 “배임죄의 추상성 문제는 오래됐지만 ‘전면 폐지+대체입법’은 구체안 부재로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규율은 독일형·프랑스형·영미형 3모델로 나뉘며, 영미권도 명칭만 다를 뿐 기능상 처벌 체계는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경영판단원칙 명문화는 절차주의 남용 우려가 있어 우리 현실에선 절차와 실질 심사의 병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별법 열거 방식은 새 유형 포섭 공백을 낳고, 포괄조항을 두면 다시 모호성이 부활한다”고 경고했다. 장 박사는 “형벌의 최후수단성을 지키면서 민사·규제 수단을 강화하고, 사례 데이터에 근거한 단계적 손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장진환 박사 [사진=안수호]
  • 노종화 “경영판단원칙 이미 수사·기소 단계 작동…법 공백 메워온 배임 기능 유지해야”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는 “’배임이 투자·경영을 위축시킨다’는 정부 논거와 달리 경영판단원칙이 이미 수사·기소 단계부터 적용돼 무리한 처벌을 막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노 변호사는 “미국은 배임 조문은 없어도 사기·분식·횡령 등으로 더 엄격히 처벌하므로 단순 비교는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허위 급여·특수관계인 보전·자기기망형 분식·전자채권 탈취 등에서 배임은 법 공백을 메워왔다”고 말했다. 이어 노 변호사는 “주주충실의무 도입만으로 민사 구제가 충분해진 건 아니며, 대안은 경영판단원칙의 명문화이되 이해상충 상황에선 원칙 배제와 입증책임 전환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종화 변호사 [사진=안수호]
  • 조연성 “지배구조 취약한 한국서 형사통제 약화 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신뢰 추락”

조연성 덕성여대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회 위원장)는 “배임죄 폐지가 ‘상법 개정의 면죄부’로 비칠 수 있으며, 재벌 중심의 불투명 지배구조와 맞물려 경쟁질서를 왜곡·혁신을 저해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낮은 PER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지배권 집중·정보 비대칭과 직결돼 왔고, 형사적 통제 약화는 투자자 신뢰를 추가로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사회 독립·감사 기능이 취약한 현실에서 배임죄를 성급히 없애면 처벌 공백과 도덕적 해이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개선이 필요하다면 형사·민사 통제를 함께 정교화해 투명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균형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연성 덕성여대 교수 [사진=안수호]
  • 김남주·한경수 “폐지론 철회하고 집단소송·징벌배상·공정거래·자본시장법 등 패키지 개편”

김남주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는 “정부·여당의 ‘배임죄 폐지’ 추진에 반대하며, 배임은 횡령을 보완하고 경제적 신뢰·거래안전을 지키는 필수 형벌”이라고 밝혔다.

또 “배임죄의 추상성 주장은 과장됐고, 헌재·대법 판례가 누적돼 명확성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총수 일가의 부당 합병·사익편취·내부거래 등 ‘기업 사유화’의 핵심 견제 장치가 배임인데, 폐지론은 처벌 공백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부는 폐지를 말하면서도 ‘보완입법으로 주요 범죄는 처벌’이라며 모순된 신호를 보냈고, 경영판단원칙 명문화도 실익이 크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폐지를 거론할 게 아니라 공식 철회하고, 필요하다면 징벌배상·집단소송·입증책임 완화 등 민사·형사 수단을 정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주 변호사

한경수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배임죄가 재벌 총수 견제에 유효하긴 했지만 적용은 정권·검찰 재량에 좌우돼 일관성이 약했다”고 진단했다.

또 “사익편취·지배주주 남용은 배임보다 공정거래법·자본시장법으로 다루는 편이 더 적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여당의 ‘배임죄 폐지’는 취지·범위가 모호하고 대체 입법 청사진이 부재하다”며 “폐지·보완 논의에 앞서 이사회 독립·소수주주 보호 등 지배구조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집단소송제·징벌배상 도입과 입증책임 정비, 공정거래법의 ‘현저히 유리한 조건’ 요건 완화, 사익편취 일부를 자본시장법으로 이관하는 등의 제도 보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 변호사는 “정부가 배임죄만 따로 밀기보다 연계 제도와 패키지로 일괄 개편해야 실효성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한경수 변호사 [사진=안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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