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인도법인 기업공개(IPO)에 시동을 걸었다. 지분 15%를 매각해 1조80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구주 매출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조달 자금은 전액 본사로 들어온다. 부채 부담 완화, 재무구조 개선, 그리고 인도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 상승까지—겉으로만 보면 ‘일석삼조’의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장이 곱게 보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중복 상장’ 논란 때문이다. 이미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LG전자가 또 다른 시장에서 자회사 가치를 분리해 상장하는 구조는, 결국 기존 주주의 몫을 깎아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설 법인이 아니라 기존에 본사 성과와 함께 평가받던 자산을 떼어내 별도로 상장하는 순간, 모회사 주가가 제 가치를 제대로 반영받기 어려워지는 것은 자명하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이나 현지 자금 조달을 이유로 ‘이중 상장’ 혹은 ‘자회사 상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대체로 비슷했다. 모회사 주가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자회사와 본사 간 이해 상충이 불거지는 경우가 많았다. LG전자 역시 이번 IPO를 통해 인도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정작 국내 투자자들은 ‘내 지분이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더욱이 이번 인도법인 상장은 신주 발행이 아니라 구주 매각이다.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금 유입이라기보다, 단순히 현금 조달과 재무 지표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는 곧 장기 성장성보다 단기 재무 안정에 치우친 결정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LG전자에게 인도 시장은 분명 매력적이다. 세계 1위 규모의 가전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에서 브랜드 입지를 확대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외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본사와 자회사 가치를 동시에 키우는 그림”이지, 기존 주주가치 희석을 감수하면서까지 단기 현금을 확보하는 그림은 아닐 것이다.
중복 상장은 결국 신뢰의 문제다.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외형을 확장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 주주에게 정당한 가치를 보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LG전자의 이번 선택은 인도 시장 진출이라는 전략적 성과를 안겨줄 수 있을지 몰라도, 모회사 LG전자의 주주들에게는 씁쓸한 뒷맛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