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과잉 형벌, 이제는 고쳐야” [현장+]

  • 한국 경제법률 6,568개 처벌 규정…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 배임죄 기소, 일본 대비 31배…시대착오적 기준 여전히 적용

  • 중복·과잉 처벌로 혁신보다 ‘자기 검열’ 먼저 하는 기업 현실

  • 경미한 위반은 비범죄화, 준법 기업엔 세이프하버 인센티브 확대 필요

  • “합리화는 기업 특혜가 아니라 공정한 시장 질서 회복의 필수 과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원장 정웅석)은 22일 오후 2시, 한국경제인협회(FKI) 2층 토파즈홀에서 ‘경제활동 보호와 법질서 확립을 위한 경제형벌 제도의 혁신과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안수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배임죄를 폐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계와 재계에서도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공유됐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22일 오후 2시, 한국경제인협회(FKI) 2층 토파즈홀에서 ‘경제활동 보호와 법질서 확립을 위한 경제형벌 제도의 혁신과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준호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이날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나치게 촘촘한 형벌 규정 속에서 스스로를 잠재적 범죄자로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며 “경제 형벌의 합리화는 기업 특혜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우선 현 제도의 과잉 처벌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301개 경제 법률에서 6,568개의 형사처벌 규정이 존재하며, 이 중 92%가 양벌 규정이었다. 전체 처벌 항목 중 36.2%는 징역형·벌금형에 과징금과 과태료까지 병과하는 중복 처벌이었고, 일부는 ‘오중 처벌’까지 가능했다. 그는 “공정위 조사 현장 진입이 30분 늦었다는 이유로 고발을 당하거나, 하도급법 위반 시 대금의 두 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는 사례는 과잉 규제의 단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김준호 팀장

특히 배임죄를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 언급했다. 김 팀장은 “한국에서 연평균 965명이 배임죄로 기소되지만 일본은 31명에 불과하다”며 “이는 우리 사법 시스템이 기업 경영을 얼마나 쉽게 범죄화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만들어져 지금까지 유지되는 특경법상 배임죄의 이득액 기준(50억 원 이상)을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하며, “경제 규모가 수십 배 성장했는데 처벌 기준은 35년 전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배임 사건의 무죄율은 전체 형사사건 평균의 두 배가 넘는 6.7%에 달한다.

김 팀장은 “무죄를 받아도 수년간의 수사와 재판 과정이 사실상 형벌”이라며 “이제는 처벌 중심 패러다임에서 자율·책임·성장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개선 방향으로 △형벌의 최후 수단성 확립 △경미한 행정 위반의 과감한 비범죄화 △시대착오적 배임죄 기준 현실화 △경영판단 원칙의 법제화 △고의·중과실 입증 책임의 수사기관 전가 △준법경영 기업에 대한 세이프하버(면책) 제도 확대 등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은 1990년대부터 실효적 준법·윤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에 형량을 감경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며 “우리나라 역시 단순한 ‘처벌 강화’가 아니라 기업의 자발적 준법 시스템 구축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주가조작이나 대규모 금융사기 같은 중대한 경제범죄는 오히려 더 엄정하게 다루되, 단순 행정 위반까지 교도소 담장으로 내모는 체제는 개선해야 한다”며 “경제 형벌 합리화는 기업 편의가 아니라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시장 질서를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어야 대한민국 경제가 지속 성장할 수 있다”며 “이번에는 국회와 정부, 경제계가 함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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