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장유지 요건 강화·심사 절차 단축…“시장 신뢰·가치 제고 기대”

정부가 저성과 기업의 퇴출을 가속화하기 위한 상장폐지 제도 전면 개편에 나섰다. 상장기업의 자본 효율성 제고와 시장 신뢰 회복, 궁극적으로는 증시의 ‘밸류업’을 꾀하기 위한 포석이다.
법무법인 바른은 25일 오후 2시,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규제환경 변화와 기업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윤기준 법무법인 바른 고문은 이날 세미나에서 “상장폐지 제도 개편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있다”며 “지속적으로 박스권에 머무는 국내 증시의 체질을 개선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되돌리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밝혔다.
윤 고문에 따르면, 그간 상장폐지 제도는 ‘회생 기회 부여’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저성과 기업의 퇴출이 지나치게 지연돼 왔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신규 상장 기업은 연평균 100개가 넘었던 반면 퇴출 기업은 4분의 1 수준인 25개 안팎에 그쳤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상장사 수 증가율은 높지만 기업당 시가총액은 오히려 낮은 기형적 구조다.
개정안의 핵심은 ▲상장유지 요건 강화 ▲심의 절차 단축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 등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시가총액 및 매출액 요건은 대폭 상향 조정된다. 코스피는 시총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향후 3년간 500억원까지, 매출액 기준은 유예기간 4년을 거쳐 300억원까지 상향한다. 코스닥 역시 시총 40억원에서 300억원, 매출액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강화된다. 다만 성장성이 높지만 매출이 낮은 기업에 한해 시총 기준만 충족하면 매출 요건을 면제하는 예외도 뒀다.
또 감사의견 ‘미달’ 기업에 대해서는 2회 연속 발생 시 이의신청 없이 즉시 상장폐지되도록 규정을 바꿨다. 그간 일부 기업이 감사의견 거절 등을 활용해 퇴출을 회피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코스닥에서만 운영되던 ‘실질 심사 재심사’ 제도도 코스피에 확대 적용된다.
절차상으로는 상장폐지 심의 단계를 축소하고 개선기간도 단축한다. 코스피는 기존 최대 4년의 개선기간을 줄이고, 코스닥은 기존 3심제에서 2심제로 간소화했다. 윤 고문은 “과거 ‘속개 제도’가 개선기간 연장의 편법 수단으로 활용돼 왔지만, 이번 개정으로 그런 여지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비상장 전환 기업에 대한 투자자 보호책도 강화한다. 기존에는 상장폐지 후 7일 정리매매 이후 거래가 사실상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에 ‘상장폐지기업 전용 거래시장’을 신설해 6개월간 매매를 허용하고, 이후 기존 KOTC 시장으로 연계되도록 한다.
윤 고문은 “이러한 제도 개편은 증시 전반의 질적 제고를 목표로 한 것으로, 성실한 성장 기업에게는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이자 경쟁력을 높일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면 저성과 기업은 위기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단순히 규제 완화를 기대하기보다는 변화하는 정책 환경을 기회로 삼아 기업 내부의 투명성 제고와 시장과의 소통, 거버넌스 강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오는 7월 1일부터 규정 개정이 필요한 제도들을 시행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비상장 주식 거래시장 운영 등 후속조치도 본격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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