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증시 활성화 대책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공유됐다.
1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주최로 ‘대한민국ESG금융포럼2025’가 열렸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 ESG팀장은 이날 포럼에서 “지금은 ESG 중에서도 G, 즉 지배구조가 핵심 축”이라며 “저평가된 한국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해답은 지배구조의 실질적 개선과 혁신에 있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지금 한국은 상법 개정과 밸류업 정책 등으로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시점”이라며 “환경과 사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지배구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실적이 동반되지 않는 주주환원은 오히려 기업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며 “실적 기반의 ‘균형 잡힌 배당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낮은 주가는 지배구조 때문
이 팀장은 한국 시장의 낮은 PBR(주가순자산비율)과 ROE(자기자본이익률)의 원인을 단순한 재무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문제, 특히 지배구조의 비효율성에서 찾았다. 이 팀장은 “대주주 지배구조, 복수 상장 구조, 낮은 주주환원율 등은 한국 자본시장의 자금 순환을 막고 있다”며 “혁신 기업과 유니콘이 자라기 힘든 토양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자본의 효율을 높이고, 실적 기반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 정책으로 투자 매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작년 ROE가 높았던 일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병행하면서 주가 성과가 좋았던 사례가 있다. 이 팀장은 “돈을 벌고, 나누고,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적 부진한 채로 ESG 강조하면 외면
그는 “지금 ESG는 인기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실적과 연동되지 않는 ESG는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ESG는 ‘에너지(Energy), 보안(Security), 지정학(Geopolitics)’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며 “실제 돈이 되는 분야에 ESG를 유연하게 엮는 실용주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팀장은 “친환경 산업은 여전히 중요한 장기 테마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기 투자 매력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 성과가 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전력 인프라, 방산, 조선 등 전통 산업 영역”이라며 “이러한 분야도 ESG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해 상품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지금은 한국형 ESG 전략의 전환점”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지배구조 중심의 실적 기반 전략,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혁신으로 확장하는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지배구조는 시장 신뢰의 기반이고, 혁신은 성장의 동력”이라며 “ETF 상품 설계와 기업 전략 모두 이 방향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재원 교수 “지배구조 개선, 주가와는 무관”
그러나 이날 최재원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배구조(G)는 ESG 중 가장 실질적인 영역이지만, 주가 상승과는 직접적 상관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특히 “한국 기업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여전히 낮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은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최 교수는 ESG 세 요소 중 G(지배구조)에 특히 주목했다. 그는 “ESG는 지속가능성이란 큰 틀에서 묶여 있지만,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이슈”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국내에서 상법 개정 등으로 G가 주목받고 있지만, 이는 정의와 부의 재분배 관점에서는 유의미할지 몰라도, 실제 주가 상승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슬라 사례를 언급하며 “친환경(E) 측면에서는 모범이지만, 사회(S)와 거버넌스(G) 면에서는 매우 미흡하다”며 “50조 원에 달하는 보상 패키지를 CEO가 자의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명백한 지배구조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수익률 없는 ESG는 지속 불가능
최 교수는 ESG 투자가 직면한 가장 큰 현실은 ‘수익률’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팬데믹 시기에는 ESG 관련 주식이 선순환을 이루며 고수익을 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석유·가스 주식이 급등해 ESG 펀드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ESG ETF 자금 유입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많은 운용사들이 수익률이 낮아지자 슬그머니 ‘지속가능’이라는 단어를 펀드 설명에서 삭제하고 있으며, 이는 곧 그린워싱(Greenwashing) 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실질적 ESG 혁신 없이 라벨만 바꿔 부착한 펀드들이 시장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운용사의 충실 의무와 ESG의 딜레마
최 교수는 자산운용사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ESG가 아무리 좋은 가치라고 해도, 투자자들에게는 수익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ESG 때문에 수익률이 낮아지면 운용사는 주주 충실 의무(Fiduciary Duty)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수익률이 받쳐주지 않는 한, ESG는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 최 교수의 결론이다. 그는 “현재까지의 경제학·통계학적 분석에 따르면 녹색 주식과 갈색 주식 간 수익률 차이는 유의미하지 않다”며 “ESG 투자에 대한 냉철한 현실 인식과 구조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글로벌 ESG 투자 흐름에 대해 “특히 미국에서는 ESG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으며, 그 원인은 낮은 수익률과 정치적 반발”이라고 진단했다. 블랙록, 뱅가드, 피델리티 등 미국의 대형 운용사들이 ESG 안건에 소극적으로 표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유럽 자산운용사들은 여전히 100%에 가까운 ESG 관련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규제 중심의 시스템이 미국과는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지배구조 보고서, 단계적으로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의무화”
지배구조고 보고서 작성도 기업의 과제가 됐다.
김윤배 한국거래소 유가증권본부 ESG지원부 공시팀장은 이날 주제 발표에서 “ESG 공시제도는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라는 두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특히 지배구조 보고서는 의무 공시로서, 핵심 지표 준수 여부가 투자자 판단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는 이사회 독립성, 주주 권리 보호, 감사기구의 전문성 등을 담아 총 15개의 핵심 지표 준수 여부를 공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자투표 실시 여부, 주총 소집 공고 시점, 배당 예측 가능성 제공 등이 이에 포함된다. 기업은 지표 준수 여부뿐만 아니라, 미준수 시 그 사유와 향후 계획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김 팀장은 “보고서 상단에 핵심 지표 준수율을 명시하게 되어 있어, 투자자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실제 이 지표들은 기업 지배구조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는 2017년 자율공시로 시작해, 2019년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의무화됐다. 이후 지속적인 확대를 거쳐 올해부터는 5천억 원 이상 기업에 적용되며, 내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약 840개 기업이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여전히 자율공시 형태로 운영되며, 작년에는 204개사가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ESG) 측면에서 기업의 전략과 위험 요소, 시나리오 분석 등을 담는다.
모든 ESG 관련 보고서는 한국거래소 ESG 정보 포털을 통해 공개된다. 김 팀장은 “보고서 외에도 기업별 ESG 평가, 지수 구성 내역, 관련 ETF 정보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고서 분석 결과도 매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된다. 김 팀장은 “2024년 기준 지배구조 핵심 지표 평균 준수율은 66%로,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다만 중소 자산 기업과 대형 기업 간의 준수율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서도 위축되는 ESG펀드
윤병호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락ETF운용본부장(이사)은 “지금은 ESG ETF 시장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략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윤 본부장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국내에 상장된 ESG 주식형 ETF는 11개에 불과하며, 이 중 다수는 상장 폐지 위기선인 50억원대 순자산 규모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그는 “2017년 첫 상장 이후 2021년까지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이후 투자 심리가 크게 꺾였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특히 2021년을 ESG ETF 시장의 ‘피크’로 규정하며, 당시에는 시가총액이 7000억원에 육박했고 은행 창구를 통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도 활발했다고 설명했다. “2021년 한 해 동안만 은행을 통한 순매수 규모가 2천억 원 이상이었다”며, “이후 금리 인상 등 매크로 환경 변화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식었다”고 말했다.
그는 “ESG가 과거에는 미래 성장성과 가치를 중시한 ‘테마형 투자’로 각광받았지만, 고금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사치제 투자’로 인식되며 외면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ESG ETF, 차별화가 곧 경쟁력”
시장 구조와 관련해 윤 본부장은 ESG ETF 중에서도 액티브 ETF의 거래 활력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소수지만, 2023~2024년 거래대금의 절반가량은 액티브 ETF가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의 전략적 대응 수요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ESG ETF의 종목 구성에 대해 “11개 ETF가 투자하는 국내 종목 수는 총 389개에 달하지만, 11개 ETF가 공통으로 편입한 종목은 단 6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ETF 간 중첩도는 평균 49%로, 오히려 코스피200 지수와 ESG ETF 간 유사도(평균 60%)보다도 낮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윤 본부장은 “ETF 간 종목 구성의 중복이 적다는 것은 부정적으로 보면 시장의 통일된 기준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수 있지만, 긍정적으로는 다양한 전략이 시장 내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향후 ESG ETF는 보다 뚜렷한 테마와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모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으로 기업 가치 높였다?" [현장+]
임수강 박사 “사모펀드, 규제 예외와 화폐 팽창 속 성장… 본질적 폐해도 확인 필요”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을 계기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정혜경 진보당 의원 주최로 ‘홈플러스 사태로 본 투기자본 MBK 규제 방안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민주노동연구원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임수강 박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사모펀드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였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사례를 보면, 일회성 사건으로 보긴 어렵다”며 “사모펀드가 대주주로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떨어뜨리는 사례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햇다. 또한 그는 “사모펀드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존재라면, 최소한 그 기여와 폐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