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델타항공 공동 투자…우호 관계는 계속된다 [분석+]

한진그룹이 델타항공과 캐나다 저가 항공사 웨스트젯에 공동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LS그룹에 이어 델타항공과 우호 관계를 통해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9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캐나다 웨스트젯 항공 지분 10%(2억 2000만 달러 규모)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델타항공이 지분 15%(3억 3000만 달러)를 인수하는데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캐나다 2위 항공사인 웨스트젯의 기업 가치는 22억 달러(3조원)으로 시총 2조원인 아시아나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는 한진그룹과 델타항공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델타항공은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14.9%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3대 주주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지분율이 20.13%로 낮은 상황에서 우호 지분 역할을 하고 있다.

델타항공과 협력을 강화하며 17.90% 지분을 가진 호반그룹 측과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명분을 주는 것이다.

델타항공은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던 2019년 6월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매입 당시에 비해 주가는 2배 이상 오른 상황이다. 델타항공 입장에서는 한진칼 지분은 매각 가능한 자산인 상황이다. 그러면 호반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대비해야 하는 조 회장에게는 부담이다.

호반그룹은 최근 LS그룹 지주회사 LS 지분을 확보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로 재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과 구자은 LS그룹 회장 [사진=각 사]

호반, 2014년에도 금호산업 투자로 재미

한진그룹과 LS그룹이 올해 4월 사업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역시 호반그룹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반그룹이 LS그룹 지주회사 ㈜LS의 지분을 3% 가까이 확보한 상황에서 호반그룹을 견제해야 하는 두 그룹이 뭉친 셈이다. 호반그룹은 올해 ㈜LS 지분을 3% 가까이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그룹 측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해당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전력산업의 성장성을 보고 단순 투자 목적으로 매입한 것”이라며 “그룹의 자금 유동성이 좋고 대한전선을 운영해보니 전선 사업의 미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해 투자했다”고 말했다.

호반그룹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과 옛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던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투자로 쏠쏠한 재미를 본 학습 효과가 있다.

2014년 11월 호반건설은 주식 시장에서 금호산업 6.16% 지분을 255억원에 확보했다고 밝혔다. 역시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했다. 상장사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는 보유 목적과 1% 포인트 이상 지분 변동을 공시할 의무가 있다.

2015년 1월이 되자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1.3% 지분을 팔아, 지분율을 5% 미만으로 줄였고, 이후 보유 지분 변동은 공시 의무가 없어 확인되지 않는다. 당시 평균 매도 가격은 매입 가격 대비 50%가 넘는 수익률이 더해진 금액이었다.

같은 해 2월에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공식 참여했다. 호반건설은 단독으로 참여해 4월 본입찰에서 인수 가격으로 6200억원을 써냈다.

적정 기업 가치를 최대 1조원 내외로 평가했던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결국 호반건설을 탈락시켰다. 진지한 인수 의지가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호반건설의 인수전 참여는 그 자체가 호재가 돼 금호산업 주가를 띄웠다. 이 시점에서 금호산업 나머지 지분의 매도가 있었다면 상당한 수익률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 LS와 손 잡고 델타항공과도 협력 강화

호반그룹은 재계 14위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을 사들여 상당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호반그룹은 2022년 3월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보유한 한진칼 보통주와 콜옵션 등으로 약 17% 지분을 확보했다. 단숨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당시 지분율 20.79%)에 이어 2대 주주에 오른 것이다. 주당 약 6만원에 총 6661억원을 한진칼에 처음 베팅했다.

당시 호반그룹 관계자는 “오랜 기간 항공업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다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 결합을 앞둔 시점에서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22년 12월 호반그룹은 현금 확보 차원에서 한진칼 4.94% 지분을 주당 3만7715원에 하림그룹 팬오션에 넘겼다. 1259억원 규모였다.

1년 뒤인 2023년 12월 호반그룹은 팬오션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주당 4만1710원에 다시 샀다. 1628억원을 추가로 투자한 것이다. 호반그룹의 한진칼 투자 원금은 7030억원이 됐다.

호반그룹은 현재도 한진칼 17.8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가가 8만1100원으로 오르면서 현재 호반그룹 측의 한진칼 지분 가치는 9648억원이 됐다. 약 3년 수익률이 37% 이상인 셈이다.

호반그룹은 여전히 한진칼 지분에 대한 투자 목적은 단순 투자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낸 적도 없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남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2019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힘을 합치면서 한진칼 지분을 확보했다. 사모펀드 특성상 KCGI는 투자 회수를 위해 해당 지분을 사들일 ‘큰손’이 필요했다. 이는 호반그룹의 한진칼 투자의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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