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작가의 소설 《모순》이 출간된 지 26년이 지났지만 베스트셀러가 됐다. 《모순》은 제목 그대로 삶의 여러 모순적인 상황과 인물들의 심리를 다루는 작품이다. 주인공 안진진을 중심으로, 그녀의 어머니와 이모의 상반된 삶, 그리고 진진 자신에게 나타나는 모순적인 감정들을 통해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모순이란 사전적 의미인 “앞뒤가 맞지 않음” 외에도,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두 가지가 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작가는 이 제목을 통해 삶의 복잡성과 인간 심리의 역설을 드러낸다.
모순(矛盾)이라는 단어는 중국 고전인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이 이야기에서 창과 방패를 파는 상인이 등장하는데, 자신의 창은 어떤 방패로도 막을 수 없고, 방패는 어떤 창으로도 뚫을 수 없다고 했다.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는 상황을 묘사한 데서 유래해, 지금은 어떤 주장이나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고 서로 어긋날 때 모순이라고 부르게 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을 둘러 싼 두 가지 제도 개편이 논의됐다. 하나는 실제로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이뤄진 상법 개정이다.
회사의 이사는 법령과 정관 규정에 따라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하고,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이 상법에 담겼다.
이 조항만으로 코스피가 5000을 돌파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왜 주주들의 천국이 됐을까.
미국에도 ‘재벌’이 있었다. 막대한 자원과 시장이 있는 꿈의 땅에서 세계 대전이라는 특수를 맞으면서 기업도 무한하게 커졌다. 존 록펠러나 JP모건 같은 산업과 금융 재벌들이 많은 기업들을 거느렸다.
그 재벌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정치권이 칼을 빼들고 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법원에서도 수많은 판례를 쌓아가면서 오늘날의 주주 자본주의를 만들어갔다. 그 기간이 150년에 가깝다.
그것을 이제 시작해야 하는 것이 우리 기업 지배구조의 현 주소다. 상법 개정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겠다고 더불어민주당이 밝혔다. 연말 10억원이 넘는 주식은 팔아야 하는 기현상이 반복될 것이다.
‘똘똘한 한채’ 부동산에 돈을 묻어두는 투자가 주식 시장에선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자산가들은 필연적으로 단기 투자를 할 수 밖에 없고, 기업들은 그 주주들을 ‘먹튀’라고 여길 것이다.
만일 재계의 로비가 상법 개정의 대안으로 양도세 강화를 이끌었다면 그 기발함에 박수를 치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모순적인 제도들로는 절대 우리 자본시장을 살릴 수 없다고 우리는 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