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자본조달인가 자본탈취인가”

자회사 상장의 명과 암

홍영표 변호사

 

기업이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시장을 확장하려면 외부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자회사 상장이 활용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권리가 희생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영표 변호사는 최근 공개적으로 “자회사 상장의 목적이 자본조달인 것처럼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기존 주주의 권리 희생을 전제로 작동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물적분할’을 거친 자회사 상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회계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모회사 주주의 경제적 권리를 침해하는 구조라는 것이 홍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자회사가 상장 후 신주를 발행하게 되면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희석되고, 자회사의 가치 상승은 더 이상 온전히 모회사 주주의 몫이 아니게 된다”며 “결국 자회사의 상장과 동시에 모회사 주가는 하락하거나 정체되는 현상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불평등한 구조, 기존 주주의 권리 박탈

기업이 여러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특정 사업을 분리해 독립적인 회사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분할’을 선택하는데, 이는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나뉜다. 홍 변호사는 물적분할이 기존 주주에게 불리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홍 변호사는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모회사와 자회사의 주식을 동일한 비율로 배정받아 권리를 유지하는 구조”라며 “반면 물적분할은 자회사의 주식을 모회사가 보유하기 때문에, 자회사가 상장되더라도 기존 주주는 그 주식에 대한 권리를 갖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자회사 가치가 올라가더라도 기존 주주는 그 이익을 누릴 수 없고, 지배주주와 외부 투자자만 수혜를 받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지배력 강화와 내부거래 우려

홍 변호사는 물적분할이 단순한 자본조달 수단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경영권 보호와 이익 편중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변호사는 “자회사가 상장되면 지배구조가 이원화되면서 내부거래 조정, 수익 이전, 사업구조 재편 등 지배주주가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적 옵션이 생긴다”며 “이러한 옵션들은 시장의 감시망을 벗어나 의사결정의 유연성과 이익의 내부 이동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물적분할이 기업 경영에서 일반적인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적분할이 기본이며, 기존 주주가 자회사 주식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는다.

홍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자회사 상장이 기존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구조로 진행될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법적 소송이 제기된다”면서 “반면 한국에서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물적분할이 가능하고, 기존 주주는 아무런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도 개선, 어떻게?

결국 한국 자본시장에서 물적분할은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고, 기존 주주에게는 불리한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변호사는 “지금 필요한 것은 물적분할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감시하고 균형 잡을 수 있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회사 상장 시 기존 주주에게 주식배정청구권 부여 ▲주총 특별결의 요건 도입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의무화 ▲경영진의 충실의무 책임 강화와 같은 제도적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홍 변호사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결국 무너지는 것은 기업도, 투자자도 아닌 시장 그 자체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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