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 전문 변호사 “상법 개정하고, 배임죄는 민사로 다뤄야” [현장+]

김주영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안수호]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과 함께 기업인의 형사 책임을 축소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은 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경제인협회 회관 컨퍼런스센터 2층 사파이어홀에서 ‘충실 의무 상법개정이 갖는 의미와 상사 판례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 변호사는 형법에서 배임죄를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배임죄가 형법으로 규정되어 있어 검찰이 기소해야만 법적 판단이 가능하다”며 “배임죄는 본질적으로 경제적 다툼이며, 이를 민사 영역에서 다루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2000년 설립된 한누리는 증권 집단소송과 거버넌스 관련 사건 등 자본시장 분야에 강점을 지닌 로펌이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와 주주 간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민사 소송에서 증거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형법상 배임죄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민사 소송이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2022년 대한변협과 국회 입법조사처가 워킹그룹을 구성하여 연구한 바 있으며, 지난해 조희대 대법원장도 신년사에서 이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한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법원의 재판 부담이 줄고, 피해 구제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영미법계 국가에서 시행되는 재판 전 증거개시제도로, 소송 당사자들이 서로의 증거를 공개하는 절차다. 민사 소송에서 증거 확보를 용이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상법 개정이 주주권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그는 “이사 충실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은 원칙 중심의 규제 체계로 전환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기존 판례에서도 이사들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바 있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그 경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회사 기회 유용과 부당 내부 거래에 대한 감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기존 판례에서는 이러한 사안에서도 경영 판단의 원칙이 적용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충실 의무가 명문화되면 절차적 공정성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합병, 분할, 신주 발행 등 자본 거래에서의 심사가 더욱 엄격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은 지속적인 규제 완화와 책임성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왔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동해 왔다”며 “이번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의 권익 보호가 보다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배주주의 이익만 고려한 합병 비율 선정 등 문제도 상법 개정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합병 비율 관련 조항은 1998년 IMF 경제위기 이후 도입되었다”며 “당시 대주주나 지배주주가 합병 비율을 임의적으로 조정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 조항이 도입된 이후에는 해당 조항만 지키면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면책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합병 비율은 기업 가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가치 평가는 각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확히 하면 경영 판단이 더욱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가 판례로 정립되면 자본 거래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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