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사주 소각과 인도 상장은 ‘조삼모사’ [기자수첩]

결국 지배주주에게만 이익
현대자동차의 자사주 소각과 인도 법인 상장이후 지분 구조 변화 [그래픽=정우성]
중국 송나라 때 저공은 원숭이를 키웠다. 그러나 원숭이들이 많아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어느 날 저공이 “앞으로 너희들에게 나누어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원숭이들은 화를 냈다. ​그러자 저공이​ “그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면 어떻겠느냐?”고 하자 원숭이들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여기서 나온 말이 조삼모사다. 최근 현대자동차를 보며 떠오른 말이기도 하다.
현대차 인도 법인이 오는 22일 인도 주식시장에 상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통신은 5일 보도했다. 현대차 인도 법인 기업 가치를 190억 달러(약 25조 6000억원)로 보고 전체 지분의 17.5%를 공개해 33억 달러(약 4조 5000억원)를 조달한다는 것이다. 인도 지수가 역대급 호황인 시점을 잘 이용한 것이다.
인도 BSE 센섹스 주가 지수 흐름
지난 8월 28일 현대차는 향후 3년간 4조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4조원이 넘는 주식을 발행한 뒤 또 다시 4조원 가량되는 주식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인도 법인을 상장하지 않는다면, 인도 법인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은 100% 지분을 가진 현대차에 고스란히 배당된다. 그러나 현대차가 17.5%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게 넘기게 되면서 그만큼 현대차 인도 법인이 가진 가치는 현대차 기업 가치에서 빠지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국내 주식 시장에서 발생했던 ‘중복 상장’ 문제와 똑같다. 단지 자회사가 외국 주식 시장에 상장할 뿐이다. 현대차는 자회사 주식을 팔아 조달한 만큼 현대차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한다.
중복 상장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그 경우 또한 혜택을 보는 것은 누굴까. 현대차는 최대주주 현대모비스와 특수 관계인 지분을 합쳐도 29.98%(6월 말 기준)로 낮은 편이다. 그런데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어 현대모비스 측의 지분율이 30% 이상으로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결국에는 소액 주주에게는 조삼모사가, 지배주주에게는 지배력을 확대하는 결과가 펼쳐지는 셈이다. 원숭이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조삼모사란 말을 떠올리며 그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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