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한국에선 장관이 될 수 있을까 [기자수첩]

일론 머스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꾸려갈 2기 행정부의 특징은 창업가 출신 장관들이다.

신설 조직인 정부효율부 장관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대표적이다. 정부효율부의 공동 수장인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자도 제약회사 로이반트 사이언스를 창업해 큰 돈을 벌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그레이트플레인스를 창업했던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 후보자,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기업 키 스퀘어 그룹을 세운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후보자도 있다. 부동산 투자자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나 린다 맥맨 교육장관 후보자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에서라면 장관이 될 수 있을까. 그러기 어려울 것이다. 우선 인사 청문회를 통과하기가 어렵다. 트럼프 캠프에 1000억원 이상을 후원한 머스크 후보자는 대가성 논란에 휘말릴 것이다.

머스크는 그동안 벌여온 각종 기행과 불륜설을 비롯한 각종 사생활이 국회의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언론은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국회가 장관 후보자들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려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는 있다.

더 큰 장벽이 남았다. 공직자 재산 백지신탁 제도다. 말 그대로 조건을 걸지 않고 고위 공직자 보유 주식을 금융기관이 대신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다.

고위공직자는 3000만원 이상 주식에 대해서는 직무와 관련성 여부를 심사받는다. 관련성이 인정되면 백지신탁 대상이 된다. 그런데 주식백지 신탁심사위원회가 직무 관련성을 인정할 경우, 해당 주식을 사실상 매각하도록 강제한다.

문엔지니어링 창업자 출신 문헌일 전 서울 구로구청장이 취임 2년 만에 사퇴한 것도 백지신탁 때문이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2013년 중소기업청장에 내정됐으나 백지신탁 때문에 결국 취임도 전에 사퇴했다.

2006년 진대제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은 백지신탁제가 시행되자 57억원 어치 삼성전자 주식 등 65억원 규모 주식을 팔았다. 이중 삼성전자 주식만 현재 가치로 268억원 규모에 달한다.

백지신탁제가 처음 도입된 미국은 그렇지 않다. 주식을 보유한 채 운용만 할 수 없도록 차단하고 있다. 재산이 3478억 달러(486조원)에 달하는 머스크가 마음 놓고 공직에 갈 수 있는 이유다.

한국 장관들은 무난하게 인사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전업 공직자로 채워질 수 밖에 없는 지배구조다. 그런 내각으로 혁신이 가능할까.

기업 지배구조 못지 않게 정부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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