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미약품·OCI 합병 무산…결론이 상속세 개편?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이 결합할 뻔했다. 결국 지난 28일 한미약품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지배주주 간 친인척 관계가 없는 서로 다른 업종 두 기업 집단이 손을 잡겠다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한미약품의 제약·바이오 사업이 OCI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2020년 8월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이 별세하면서 5400억원 규모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 통합 논의의 배경이 됐다. 지배주주 일가는 합병으로 주식 가치를 띄우고 이를 이용해 상속세를 납부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몇몇 언론에서는 상속세율이 높아 큰일이라고 야단이다. 하지만 높은 상속세 덕에 기업 결합과 매각이 활발해지는 일이, 대대손손 지배주주 일가에 의한 경영이 이뤄지는 현재 상황보다 더 나쁠까?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떠나지만 기업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 세대 개편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면 기업에도 활력이 부여되고 구조조정으로 기업 체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지배주주 일가가 기업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이데올로기가 철벽과 같이 공고하다. 세대가 지나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줄면서 전문 경영인과 소액 주주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상속세율이 높아 ‘일감 몰아주기’ 같은 후진적 지배구조 문제가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세금만 줄이면 지배주주에게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세금을 덜 내는 상황에서도 편법을 여전히 쓸 수 있는데 쓰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또한 상속세가 그동안 이렇게 저렇게 피해온 세금을 대신하는 측면이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상속·증여세 완화가 여소 야대 정국에서는 추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야당도 세율 조정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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