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기업 기준 높인다?…법은 왜 존재하나

2월 8일 서울시 성수동 소재 복합문화공간 ‘레이어57’에서 ‘함께 뛰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맛나는 민생경제’를 주제로 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참석한 미생 토론회에서 공시 대상 대기업 집단의 기준을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산 5조원 이상’으로 규정된 기준을 국내 총생산(GDP)의 0.30%를 기준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82개 기업 집단이 속한 이 공시 대상이 64개까지 줄어들 수 있다. 물가 상승으로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시대다. 그런 상황에서 10년 전의 5조원과 2024년의 5조원은 같을 수 없다. 물가 수준을 반영하는 GDP에 연동하는 기준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대기업에게 면죄부를 주는 법과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그렇게나 필요한 것일까. 공시 대상이 되는 대기업은 재벌 총수와 일가족의 주식 현황 공개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된다.

결국 회삿돈이 지배주주에게 흘러가는 사익 편취를 막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이 불필요한 규제라고 보는 것은 결국 대기업 지배주주의 시각이다.

부자는 조금 덜 잘 살게 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나눠주는 것이 바른 정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규제는 그래서 꼭 필요한 규제다.

윤 대통령이 이 같은 발표를 중소기업을 위한 민생 대책과 함께 발표했다는 점도 의아하다. 재벌 총수 일가가 가족 회사를 만들어 그룹사 일감을 가져가면, 그것은 중소기업이 입찰해 정정당당하게 따낼 수 있는 일감을 빼앗는 것이기도 하다.

그 손해는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돌아간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고 있지만, 이 기준에 못 미치는 중견기업들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과거 재벌들의 행태를 중견기업 지배주주들이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기업 규제를 족쇄로 보는 지배주주의 시각을 지나치게 따르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 시장 개장식’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이런 사익 편취를 막는 규제다.

지배주주에게 기울어져, 소액주주에게는 골 넣기가 너무 어려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진다. 윤 대통령에게 한국 증시 주가 부양 의지가 있는지를 투자자들은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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