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과 하이브-어도어 사태 본질은 [기자수첩]

지배구조 잘 짜야 ‘전쟁’ 막는다
하이브-어도어 지분구조도 [그래픽=정우성]
올해 크고 작은 경영권 분쟁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하이브와 어도어, 그리고 영풍과 고려아연일 것이다. 영풍-고려아연은 대를 이은 두 가문의 동업으로 기업을 일궜고, 하이브-어도어는 ‘산하 레이블’이라는 보기 드문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지배주주→모회사→자회사로 이어지는 ‘일사불란’한 일반적인 지배구조에서 예외가 만들어졌고, 문제가 생겼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에서 가장 큰 현금을 벌어들이는 핵심 기업이다. 어도어 소속 뉴진스는 방탄소년단이 군대에 가 있는 지금 하이브 계열의 ‘간판’이다. 그리고 두 회사 모두 모회사 지배주주, 즉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과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외에 각 회사 2대 주주 그룹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영향력이 크다.
영풍그룹에는 ‘고려아연→서린상사→㈜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있었다. 장씨 측과 최씨 측은 이 지분 구조 아래서는 영향력 차이가 크지 않았다. 장형진 영풍 고문 2019년 서린상사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를 확보하면서 장형진→㈜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지분 구조가 만들어졌다. 서린상사를 지배하는 최씨 측은 ㈜영풍에 영향력이 약해졌다.
비상장 주식 어도어의 지분이 크게 밀리는 민희진 전 대표는 뉴진스 멤버들을 움직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 측은 외부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현금을 쏟아붓는 싸움으로 지분 대결을 하고 있다.
영풍-고려아연 지분구조도 [그래픽=정우성]
두 기업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앞으로 기업들, 특히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지분 구조를 짤 때 미래에 있는 거대한 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초기 단계 동업에 참여한 원년 창업 멤버들에게 지분을 분배한다.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털과 같은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며 성장한다. 그러다 보니 그런 분배에 과거에 비해 열린 마음을 가진 초기 창업자(지배주주)들이 많다.
그러나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는 주식을 나눠줄 때와 그 기업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몸값을 자랑할 때가 같을 수 없다. 창업자인 친구에게 나눠준 10% 때문에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별다른 의미 없이 나눠준 주식 때문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껴질 일이 생길 수 있다. 또한 회사를 내 것처럼 키운 정신적 지주와 같은 전문 경영인 입장에서는 내 것처럼 여겼던 회사가 내 것이 아니라는 현실에 절망하게 될 수 있다.
앞으로는 지분 구조를 짜는 것에 전문적인 조언을 줄 수 있는 법률가의 역할도 중요할 것이다. 또한 지분 분배 정도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도입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을 찾는 방법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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