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인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한국 자본시장이라는 우물에 돌 하나를 던졌다. 24일 투자자와 만남에서 뜬금없이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목소리가 큰 ‘강성’이라는 셀트리온 소액 주주들도 결국 대주주 앞에서는 미약한 존재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별개 기업으로 상장된 것 자체가 서 회장을 위한 일이다. 사실 두 회사의 실체는 같다. 별개 회사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
다만 셀트리온에 대한 서 회장의 지배력이 낮다는 점이 문제였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서 회장의 지분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든 서 회장이 지배하는 셀트리온의 쌍둥이와 같은 존재가 셀트리온헬스케어다.
그룹 차원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몸집을 키운 뒤 두 회사를 합병하면 서 회장은 셀트리온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그것이 무리한 합병을 추진하는 이유다.

우리 상법은 이 같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회사가 주식을 되사갈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은 매수 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셀트리온그룹이 준비한 현금보다 매수 청구 규모가 크다면 합병은 무산될 수 있다. 그러자 서 회장이 던진 돌이 바로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이다.
그동안 알짜 사업 부문을 별도 자회사로 만들어 상장하는 물적 분할 후 상장은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여기에도 주식 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그 심사가 엄격하다. 그것이 막히니 모회사를 별도 상장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사업을 하는 자회사에 비해 모회사가 상장할 가능성은 실제로 낮다. 왜냐하면 상장 심사를 받은 회사의 실체가 사실상 서류상 회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야 서 회장이 자녀들에게 지분을 승계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셀트리온홀딩스를 상장하면 결국 이 회사에 대한 서 회장의 지배력이 약화된다. 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일반 주주들에게 나눠줘야 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서 회장이 모회사 상장이라는 돌을 던진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하락하고 있는 회사 주가에 악재를 더하는 것이다. 그 경우 매수 청구권에 대응해 준비해야 하는 현금 부담이 줄어든다.
사실상 주식을 팔 이유가 없는 서 회장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르고 내리고는 큰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주가가 낮으면 지분 승계에 필요한 세금도 줄어든다. 주가가 바닥일 때를 이용해 경영권을 물려줄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서 회장은 2년 만에 경영에 복귀하던 올해 3월 주주총회에 등장해 사과부터 했다. “주주들과 소통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믿었던 주주들은 셀트리온의 ‘진짜 주주’ 앞에서는 무기력할 뿐이다.
그들은 서 회장이 던진 돌에 맞아 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