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과 홍콩에 가면 독특한 풍경이 있다. 동남아 출신 가사도우미들이 쉬는 날을 정해놓고 모여, 길에서 고향 음식과 물건을 파는 장터를 연다. 자연스럽게 같은 지역 출신들끼리 모이는 만남의 장이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다.
이들은 현지인보다 싼 임금을 받는 대신, 새 삶의 터전에 정착할 기반을 얻었다. 또한 이들을 고용한 부부들은 육아 부담을 덜 수 있다. 특히 여성들이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는 국가적 낭비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이들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웬만한 부유층이 아니면 비용 부담이 크다.
그러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20일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겐 최저임금 적용을 없애는 내용을 담은 ‘가사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월 100만원에도 일할 노동자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반이 이 법이 통과되면 만들어진다.
이 법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입법이라고 본다. 한국은 저출산 지옥이다. 인구 감소는 물론 복지 비용 급증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이 답이다. 특히 바로 옆에 있는 인구 대국 중국이 갖추지 못한 시민들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이 땅에는 있다. 그런 망명에 가까운 이민 수요도 상당하다.
특히 병사 월급 인상으로 인해 귀화 군인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써볼 수 있다. 병사 월급이 200만원이라고 해도, 의무로 가야 하는 군대를 가고 싶은 젊은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숙식이 제공되고, 한국 국적 부여가 되는 병 복무라면 이를 희망하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고, 교육 수준이 높은 이들을 선발해 우리 군에 복무할 기회를 줄 수 있다.
충분한 인원이 모이면, 굳이 징병제를 유지할 필요도 없다. 모병제로 전환이라는 대대적인 변혁도 가능해진다.
그렇게 뽑힌 군인들이 군 기강을 해칠 수 있다든가 혹은 우리 국방을 맡길 수 있겠냐는 우려는 필요 없다. 정 걱정이 된다면, 미군을 보면 된다.
세계 최강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도, 외국인을 모집한다. 그리고 입대와 동시에 미국 시민권이 부여된다.
이들은 전역 후에는 한국 사회에 동화된 젊은 한국인이 돼,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단일 민족이란 허상은 이미 깨어진 지 오래다. 이제 사회 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을 받아들이고, 이들이 한국인으로 살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안이나 외국인의 병역 복무도 그런 기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