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엔터테인먼트 사건은 우리 자본시장법 역사에도 새로운 발자국을 남길 것 같다.
SM은 최근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자사주 매입은 오래 전부터 계획됐다.
작년 5월 100억원을 풀어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SM 주가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사주 매입은 이상한 일이다.
보통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낮을 때 회사가 인위적으로 수급을 만들어 이를 관리하려는 노력이다. 현재 SM 주가는 하이브의 M&A와 공개 매수로 크게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SM의 자사주 매수는 다른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사주를 사들여 우호 세력에게 넘겨 하이브의 인수를 저지하거나, 하이브가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하는 일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의미다.
하이브도 발끈하고 나섰다. SM에 공개적으로 “최근 12만원이 넘는 주가가 형성돼 있음에도 대규모의 회사 자금을 이용해 자사주 매수에 나선 행위는 순수한 ‘주가 부양 및 주주 이익 제고’를 위한 목적이라 볼 수 없다”며 “시세를 조종해 하이브의 공개매수 절차를 방해하는 등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SM 현 경영진은 지난 7일 카카오에 제3자배정방식으로 신주 1119억원어치·전환사채(CB) 1052억원어치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이 신주는 주당 9만 1000원에 발행하기로 했다.
하이브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걸며 제동에 나서 아직 발행은 되지 않았다. 그러나 9만원에 발행한 주식을 12만~13만원에 사들이는 일은 분명 이상한 일이다.
자사주 매입이 정당화될 수 있는 까닭은, 주주 환원으로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멀쩡한 회사 이익을 없애가면서 손해보는 주식 매입을 하는 것까지 기업 가치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매입된 자사주가 소각되지 않고 여러모로 활용되는 관행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회삿돈으로 현 경영진에 유리한 표를 던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서다. 그런데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법은 너무나도 쉽다.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기업과 자사주를 교환해서 갖는 상호주 형태로 서로 편 들어주기가 가능하다. 또한 자사주를 우호적인 제3자에게 싼 가격에 넘기는 방법도 있다.
자사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원칙을 깨뜨릴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도, 현행법상 큰 제재는 받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를 막고자 하는 관련 법 제정도 진행 중에 있다.
SM 사건이 자사주의 중요성에 관한 국민적 인식을 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