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회사 크래프톤의 상장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2021년 7월.
이기문 조선일보 기자는 <크래프톤 웨이>라는 책을 출간한다. 크래프톤 창업부터 10년 간 역사를 다룬 책이다. 크래프톤은 사내 이메일 기록을 통째로 제공할 정도로 협조를 해줬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크래프톤은 기업 가치 28조원을 인정받으며 코스피에 당당하게 입성했다. 현재 크래프톤 시가 총액은 20조원이 날아간 8조원 대에 머무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기업이 책을 내면 그 때가 주가 고점”이라는 말이 나온다. 성공에 취한 이들이 자서전을 쓰듯이 기업이나 CEO가 성취를 과시할 때를 주의하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언급되는 사례가 LG생활건강이다. 지난해까지 18년 간 LG생활건강을 이끈 차석용 부회장은 뛰어난 경영 능력을 보여주면서, ‘차석용 매직’이라는 말도 남겼다.
그러면서 차 전 부회장은 2019년 7월 <그로잉 업(Growing Up)>이라는 책을 펴냈다. ‘LG생활건강 멈춤 없는 성장의 원리’라는 부제가 저주가 됐을까.
LG생활건강의 성장은 멈추기 시작한다. 2021년 2019년 영업이익 7882억원, 2020년 8131억원, 2021년 8611억원으로 승승장구하던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영업익 전망치가 4628억원으로 주저 앉았다. 주가도 고점에 비하면 60%나 빠졌다. 이는 결국 차 전 부회장이 회사를 떠나는 원인이 됐다.
상장도 하지 않은 스타트업도 이런 ‘출간의 저주’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2011년 <티몬이 간다 – 1등 소셜 커머스, 티켓몬스터 이야기>라는 책이 나온다.
이후 2015년 티몬은 기업 가치 8600억원에 앵커프라이빗에쿼티 투자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해외 쇼핑몰 큐텐에 인수될 때는 그 가치가 2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토스가 눈에 띈다. 창업부터 최근까지 토스팀의 역사를 담은 책 ‘유난한 도전’을 지난해 11월 펴냈다.
조선일보에서 토스팀(비바리퍼블리카)으로 이직한 정경화 전 기자가 펜을 들었다. 토스 기업 가치는 2021년 3조원에서 지난해 8조 5000억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장외에서 거래되는 비상장 주식 가치는 거꾸로 가고 있다. 2021년 말 12만원을 넘던 주가가 현재는 3만 6500원이다. 이를 근거로 한 기업 가치는 5조원 대다.
일찍이 경영 사상가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라는 책에서 자만을 경계했다.
그가 말하는 몰락의 첫 단계이자 첫 번째 이유는 ‘성공으로부터 생겨나는 자만심’이다. 콜린스는 “성공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해 거만해지고 진정한 성공의 근본 요인을 잊을 때 몰락의 1단계가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사 모토롤라, 월가를 주름잡았던 메릴린치와 베어스턴스는 다 그렇게 몰락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2021년 <크래프톤 웨이>를 추천하는 책으로 꼽았다. “뼈아픈 실패를 딛고 또 다시 일어서는 스타트업의 도전 정신을 엿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책”이라고 했다.
한국 벤처 생태계의 희망인 이 대표가 도전 정신을 잃고 안주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어진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