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일관계, 미래에서 승부를 보자

사진=구글 맵

 

한때 모든 산업에서 일본이 롤 모델이던 시절이 있었다.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이 회사 내에서도 대우를 받던 시절이다. 

일본 기업을 늘 주의 깊게 보고, 그들이 파는 물건을 재빠르게 따라 만들면 그 자체가 발전이던 때였다.

그러나 어느샌가 일본은 뒤처지고 한국은 앞서가는 상황이 됐다. 여러 멤버가 나와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아이돌 그룹도 일본이 원조다.

그러나 일본은 BTS 같은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제는 일본 시장은 K-팝을 한 수 위인 존재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인 3명과 일본인 2명으로 구성된 하이브의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의 멤버 카즈하는 ‘블랙핑크’의 일본 콘서트를 보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다.

한국 기획사의 오디션에 발탁되고자 노력했고, 한국어와 함께 춤과 노래를 배우는 연습생 생활도 거쳤다. 한국인 지망생이 일본 아이돌 그룹이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 아이돌을 동경하는 중국과 일본인 소년소녀들은 넘친다. 이렇게 우리는 대중문화에서 조용히 일본을 제쳤다.

일본인 멤버를 둔 걸그룹 트와이스와 르세라핌 [사진=JYP·소스뮤직]

일본에서 반도체 기술을 배우던 삼성전자의 예는 굳이 더 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현실에서 일어나는 승부는 굳이 지나간 옛일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의 논의는 아직도 시계가 멈춰있다. 16일 한일 당국자는 도쿄에서 만나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우리 정부는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이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피해자 지원재단으로부터 배상금을 받는 ‘제3자 변제’ 방식을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으로 사실상 공식화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에서도 반발이 있다. 일본의 사과와 배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역시 사과와 배상은 이미 충분히 있었다는 논리로 맞설 준비가 됐다.

그래서야 끝이 없는 반복일 뿐이다. 그리고 이미 멀어진 과거사를 지금도 붙잡아둘 뿐이다.

이미 한일 국민들 사이에서는 과거사는 지나간 일이 됐다. 다만 정치권이 이를 이용할 뿐이다.

해외여행 제한이 풀린 뒤 일본을 가장 많이 방문한 외국인도 한국인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언어와 문화적으로 비슷한 일본은 앞으로도 긴밀한 교류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과거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나라를 잃고 지배당하는 굴욕과 아픔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함이다. 사과를 받고, 일본의 잘못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스스로 힘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엎드려 절 받기식으로 사과를 받는다고 자존감이 회복되지 않는다. 진짜 승부는 지금껏 그래왔듯 조용히 일본을 이기는 일이다.

일본이 겪어온 저출산과 장기 불황의 늪에서 일찍 벗어나는 법을, 그들의 경험을 빌려 찾아내는 일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렇게 미래에서 승부를 봐야 할 경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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