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64) 총리가 구성하는 내각이 출범해도, 일본의 변화와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기대하기 쉽지는 않다. 이들 역시 아베 내각에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은 7일 최은미 연구위원의 이슈 브리프 ‘2021 자민당 총재선거 분석 및 한일관계 전망’을 발표했다.
기시다 내각의 출범 과정에서도 기존 일본 파벌정치의 한계와 아베 신조 전 총리 등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의 영향력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 큰 변화가 예상되지 않는 이유다.

최은미 박사는 “기시다 내각의 대부분 각료가 교체된 가운데 외교·안보 라인만 유일하게 유임되었다는 점은 기존의 아베-스가 내각의 외교·안보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라며 “기시다 총리가 아베 내각에서 4년 7개월여간 외무대신을 지내며, 아베 외교의 최전선에 섰던 만큼 ‘자기 부정적’ 행동과 사고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더욱이 최 박사는 “수출규제 문제 등 정책 결정의 주요 권한을 갖는 자리에 아베 내각 당시 주요 인사들이 포진됐다”며 “단기간 내 한일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위안부합의’의 당사자로 당시 외무대신으로 아베 총리와 주변 인물들을 설득하며 합의를 주도한 인물이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아베 총리를 비롯한 강경보수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한 합의가 사실상 무너진 현 상황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수출규제 문제의 우선 해결을 원하고 있지만, 이 사안이 강제노역 문제의 해결과 얽혀있는 만큼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규제 문제와 관련된 주요 정책결정자들이 그대로 새 내각에 남아있다. 이들이 과거에 추진한 정책 및 주장했던 사인에 반하는 ‘자기 부정적’ 행동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외에도, 기시다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시기와 상황을 고려해 참배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여지를 남겼으며,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가 독도(일본명: 다케시마)를 한국 영토로 인식하지 않도록 정보 발신이 중요하며, ICJ 제소를 포함해 여러 가지 행동을 계속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 문제들에 대한 갈등도 지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아베 전 총리는 내각과 자민당에서 주요 직책에 임명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베가 실질적으로 이끄는 호소다파와 아베의 측근들이 자민당 집행부와 내각 인사에 대거 포함됐다.
이는 앞으로도 아베가 지속해서 자민당과 일본정치에 영향력을 미치고, 킹메이커로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시다 내각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은 10.31 중의원 선거와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야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현재 악화한 한일관계의 국면 전환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기도 바로 이 시기, 즉, 내년 여름 이후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향후 있을 2번의 선거 결과로 나타날 일본 여론의 향방, 그리고 자민당의 세력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 박사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성과 위주의 성급한 접근보다는 갈등 해결을 위한 기반 마련과 신뢰 구축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협력과 중단된 한일교류의 단계적 회복을, 중장기적으로는 미·중 갈등 속 한일협력을 통한 경제 안보 대응 체제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