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쉐 오너가 될 기회가 왔다. 차를 구입하긴 어렵지만, 주주가 될 수 있다.
포르쉐는 현재 모회사 폭스바겐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자회사를 만들어서 상장해 문제가 생겼다.
핵심 사업을 물적분할해 별도 자회사로 만들어 상장하는 관행이다. 그럼 모회사는 빈 껍데기가 되고, 주가는 폭락한다. 모회사 주주들에겐 날벼락이지만 그룹 오너 일가에게는 이익이다.
상장 회사가 하나 더 생기고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원래 있던 상장사 주가가 빠져도 결과적으로 보면 이익이다.
폭스바겐은 과거부터 검토해왔던 포르쉐 상장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폭스바겐 주가가 빠지거나 주주들이 항의하는 일은 없었다.
우리나라 금융위원회가 최근 제안한 반대 주주의 매수청구권이 언급되는 일도 없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포르쉐 상장은 신주 발행이 없는 구주 매출 방식이다. 포르쉐 지분을 우선주와 보통주로 반반씩 분할한다. 상장돼 일반 주주들이 투자할 수 있는 주식은 우선주의 25%다.
상장 후에도 폭스바겐이 강력한 지배력을 갖는 구조다. 또한 포르쉐 상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49%는 특별 배당으로 폭스바겐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자회사를 상장하면서 신주를 대거 발행해 자회사에만 자금이 들어오는 국내 기업과는 다르다. 그럼 그룹 오너 일가는 어떻게 할까.
오너 일가는 지주회사를 통해 폭스바겐 53.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지주회사가 포르쉐 보통주 지분을 사기로 했다.
보통주의 25%+1주를 공모가에 7.5%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에 매입해, 지주회사는 포르쉐에도 직접적인 지배력을 갖게 됐다.
올해 초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는 구주 매출 방식으로 코스피에 상장을 하려고 했다. 투자자들은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대주주 일가가 상장으로 막대한 현금을 챙기고, 새로 상장할 회사에서 발을 빼려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본 결과다. 결국 상장을 포기했다.
포르쉐가 한국 재벌 계열사였다면 어땠을까. 우선 대거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들이면서도, 모회사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대주주 일가는 미리 비상장 기업 포르쉐 주식을 확보해놓고, 일부 지분을 팔아 개인적으로 현금을 챙기고 상장 후에도 지배력을 유지했을 수도 있다. 그것이 오늘날 한국 자본주의의 현 주소다.
합리성과 정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일은 기계 공학 발전을 이끌었고, 포르쉐라는 명차를 만들어 냈다. 이번에 포르쉐가 상장하는 과정 역시 독일을 상징하는 명차의 품격을 보여줬다.
한국 기업 제품도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값비싼 브랜드 가치를 자랑하는 시대가 왔다. 이제는 기업 경영 역시 명품의 품격을 갖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