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주주행동, ‘대세’가 되고 있다

[이미지=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

영국 최대 연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의무화


ESG 주주행동이 국내외에서 점차 ‘대세’가 돼가고 있다.

지난 3일 스코티시 위도우(Scottish Widow)는 2024년까지 자사의 자금을 맡아 관리하는 모든 위탁운용사들은 영국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야한다고 밝혔다. 스코티시 위도우는 1900억 파운드(297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운용하는 영국 대표 연기금 중 하나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 투자자가 기업 이사회에 적극 참여해 주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근로자 등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행동지침이다.

영국은 2010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지난 2020년에는 코드에 ESG 요소들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도록 개정을 거쳤다. 영국 내 74개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서명했으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들의 총 자산은 32조 파운드(5경 2000조원)로 늘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신규 선정 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및 세부 지침을 마련한 운용사에게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최효정 KB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경영 안정성, 운용조직 및 인력, 운용성과, 운용전략 및 프로세스, 위험관리, 제안수수료 등 6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고 있지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및 이행 여부도 선정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국내 운용사들의 ESG 요소를 고려하는 책임 투자 역량 강화가 더욱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연금은 기존 위탁운용사 평가때 스튜어드십코드를 반영하는 부분도 향후 시행할 예정이다.

[사진=신한금융투자]

에프앤가이드, ESG 펀드 ‘인증’한다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지난달 우리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의 ESG 펀드를 시작으로 ESG 펀드 인증을 최초로 발행했다. 겉으로만 ESG를 홍보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역할을 못하는 ‘그린 워싱’ 문제가 떠오르자, 전세계적으로 ESG 펀드 관련 인증 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해외에는 ESG 펀드공시 규정이 강화되고 있는 반면 국내에는 관련 규제가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는 지난해 3월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를 도입하면서 EU 역내 ESG 펀드들은 지속가능성 관련 공시 및 투자 목적에 따라 3가지로 분류하기로 했다.

미국 역시 지난 달 ESG 펀드 공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의 규정에는 ESG를 포함하는 펀드의 경우 자산 80% 이상을 관련 종목에 투자 해야하며, 관련 ESG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ESG 펀드 시장 규모가 6.6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가운데 ESG 펀드 인증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국내 ESG 펀드들의 투자 프로세스 및 역량 개선이 기대된다”고 했다.

에프앤가이드의 ESG 펀드인증 서비스는 유럽지속가능투자포럼의 사회책임투자(SRI) 투명성코드를 기초로 ESG펀드인증모델을 구축했다. 해당 펀드의 전략, 의결권 행사 내역뿐만 아니라 운용사의 ESG 정책, 전담조직 여부를 확인한다. 또한 직접적인 실사를 통해 운용사 및 ESG 펀드 인증을 진행한다.

외부 자문단으로 구성된 ESG펀드인증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인증이 확정된다. 현재까지 3개의 펀드가 ESG펀드 인증을 받게 됐다.

시민단체 구성원들이 주주 자격으로 KT 주총장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올해 미국 주총, 주주제안 20% 늘어


올해 미국 기업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주주제안건이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주주관여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주주제안건이 지속적으로 제시되는 기후변화, 다양성 관련 이슈들의 경우 구체적인 계획과 정량적인 지표를 포함한 공시를 요구하는 주주제안건이 가장 많았다.

또한 인적자원관리, 로비 활동, 생물 다양성 관련 주주제안건도 전년 대비 증가하면서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ESG 이슈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주주제안건에 높은 찬성률을 받은 기업으로 미국의 보험사 처브(Chubb), 항공기 제조사 보잉(Boeing), 총기 제조사 스텀 루거(Sturm Ruger & Co)가 있다.

처브는 화석 연료 관련 프로젝트의 언더라이팅 등의 탄소배출 및 기후변화 영향 공시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이 72.2%의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보잉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리협약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부합하는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이 91% 찬성률을 받았다.

스텀 루거는 최근 이슈화가 되고 있는 미국 총기 난사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기업의 사업과 제품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제3자 평가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이 68.5%의 찬성을 받아 통과됐다.


“연기금 ESG 투자도 결국 수익이 먼저다”


다만 ESG 투자와 주주 관여도 수익률보다 우선 순위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한국ESG연구소·김&장 법률사무소는 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2022년 책임투자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이날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연기금의 ESG투자는 기금의 장기수익률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장기투자 전략의 일환”임을 언급하며, “적극적 주주활동을 포함한 연기금의 모든 책임투자 활동은 장기적으로 기금 수익률의 제고 또는 위험의 축소를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평 김&장 변호사는 “기업지배구조 및 주주총회 운영에 있어서 주주권 행사에 대한 실체적․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기업들의 보다 유연한 자본조달 및 합리적인 지배구조 운영을 위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기업 입장에서도 준법통제시스템 확립 및 지배구조 관련 위험 예방을 위해서 노력하고, 주주 커뮤니케이션 관련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절차 및 매뉴얼 정립 및 실행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상희 한국ESG연구소 센터장은 “지난 7년간 기관투자자의 의결권행사 내역을 살펴 보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초기에 비해 많이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기관투자자 주주 관여(Engagement)의 자본시장 작동 여부에 대한 실험의 일환으로, 국민연금의 책임투자형 위탁 자금에 대해서 의결권이 수반되는 실질적인 위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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