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는 내각과 주요 직위자에 검찰 출신이 포진했다. 금융 전문성이 요구되는 금융감독원장 자리에도 검사 출신이 앉았다.
그러자 기업들은 검사 출신 사외이사를 찾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이달 16일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서울대 법과대학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보다 사법연수원 2년 선배다.
한솔케미칼은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 출신으로 지난해 개업한 박진원 변호사를 이달 27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한솔케미칼 사외이사는 기존 이시원 이사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되면서 빈자리가 생겼다. 이시원 비서관도 검사 출신 변호사다. 그 자리를 또 다른 검사 출신으로 채웠다.
롯데쇼핑은 대선 이후 열린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윤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인 조상철 전 서울고검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사외이사는 왜 좋은 자리일까. 우선 매일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이사회가 열릴 때만 참석하는 비상근직이라 자유롭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겸직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연간 수천만원의 연봉과 임원들에게 주어지는 복리후생 혜택을 받는다. 대기업 사외이사가 많은 전직 공무원들이 바라는 자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검사 출신 사외이사를 찾는 기업들의 분위기는 여전히 우리 기업 이사회의 역할이 형식적임을 보여준다. 이사회는 기업 경영진을 감독하는 자리다.
조직과 산업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특히 사외이사는 엄격한 관점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사외이사는 이처럼 정부와 연결고리가 있는 인물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는 사외이사라는 대우에 걸맞게 기업을 위해 나서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사외이사 임명이 대주주 뜻에 의해 선심 쓰듯 이뤄지는 우리 기업 현실을 보여준다.
대주주가 원하는 역할을 하지 않고, 기업 경영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다면 그 사외이사는 재선임은 물론이고 임기를 채우는 것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풀무원의 사례는 눈에 띈다. 올해 제출된 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풀무원은 이사진 11명 중 8명을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사외이사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사외이사 후보 추천 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한다. 사외이사가 후임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경영과 경제, 회계, 식음료 산업 등에 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 기준이라고 풀무원은 설명한다.
결국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려면 대주주가 모든 이사를 좌지우지하는 현 제도에 제한을 걸 필요가 있다.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요 주주라면 경영 참여 의사와 별개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공공 부문에서 도입된 노동자를 대표하는 이사인 ‘노동 이사’도 그런 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기왕이면 책임과 권한을 일치시킨다는 점에서 회사 주식에 투자한 우리사주조합에 사외이사 선임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래야 밀실 이사회에서 무조건 찬성으로 끝나는 무의미한 이사회가 아니라, 진정한 이사회 중심 경영이 가능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