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전문가 교수의 규제 완화 비판

윤석열 대통령은 민간 주도 성장을 이뤄 성장과 민생 안정의 선순환을 목표로 ‘규제 개혁’을 경제 공약으로 내세웠다.
규제 개혁은 기업뿐 아니라 민생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우선 과제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이 나왔다. 재벌 문제를 연구해온 박상인 서울대 교수의 지난달 출간 신간 <재벌 공화국>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을 쥐고 흔드는 재벌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비판한다. 결국에는 부의 집중을 해소할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도 오히려 재벌의 고삐를 풀어주는 제도적 개혁을 단행했다는 것이 저자 주장이다.
대표적 사례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 허용이다. 그동안 지주회사는 금융 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예외적으로 CVC 설립이 가능해졌다.
카카오와 KT 같은 IT 대기업이 핀테크 기술을 앞세워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도록 한 개정도 마찬가지다.
박 교수는 이런 제도적 개정 때문에 금산분리라는 큰 원칙이 조금씩 무너지고, 결국에는 재벌이 금융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재벌에 힘이 집중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저자는 총수 일가의 범죄 사례와 갑질 논란, 그리고 사익 편취 문제를 거론한다. 그리고 재벌이 언론과 사법부에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에서 이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벌금형과 집행유예에 그치는 ‘면죄부’를 받는 현실을 지적한다.
사실상 총수 일가가 재벌 기업을 계속 경영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현행 기업 지배구조 논의의 대부분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상황이다. 총수 일가에게 일감을 몰아주거나, 수십 개 직위를 겸직하게 하는 ‘꼼수’도 경영권 유지를 위해서다.
따라서 재벌에 부가 집중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보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길일 수 있다. 또한 재벌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의 임금과 복지 격차가 커지는 것도 양극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2010년대 이스라엘이나 20세기 초 미국과 같은 강도 높은 재벌 개혁 정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스라엘은 ‘반경제력 집중법’을 시행해 기업집단의 출자를 제한하고 금산분리를 강화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지배주주가 다수 기업을 지배하는 기업 집단이 상당 부분 사라지고, 지배주주 없는 그룹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를 참고해 △지주회사 자회사의 손자회사 출자 금지 △금융산업 복합 그룹 체계 △사익 편취 가능 행위에 대한 소수주주 동의제 △기관투자가의 역할 강화 △징벌배상-디스커버리 제도(재판이 개시되기 전에 당사자 서로가 가진 증거와 서류를 상호 공개를 통해 쟁점을 정리 명확히 하는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한편 △법관의 정년 보장 △’미디어 바우처(국민이 지정하는 언론에 국가가 직접 지원금을 주는 제도)’를 통한 언론의 재정 독립성 확보 △대선 캠프 중심 정치 체제 개혁도 재벌 개혁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박 교수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