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엘리베이터는 2015년 11월 20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사모펀드 운용사 등 세 곳을 대상으로 발행했다. CB는 발행회사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가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신주 발행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이다.
CB에는 채무자의 매도청구권(콜옵션)이 붙는다. 채권자가 가진 CB를 되살 수 있는 권리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6년 871억원 규모 CB를 조기 상환했는데 이 과정에서 콜옵션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계열사 현대글로벌에 양도했다.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 입장에선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CB 매매가액(871억원)의 9%(78억원) 정도의 가격에 인수한 것이다.
현 회장은 이 CB를 가지고 대주주로서 지분을 늘릴 수 있고, 이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다. 편법으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꼼수’가 가능한 셈이다.
현행법은 주식 관련 사채 중 신주인수권부 사채(BW)는 사모의 방법으로 발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대주주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편법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CB 콜옵션을 따로 매도하면 이 규정을 피해 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개정안은 대주주나 특수 관계인에게 제3자 지정 콜옵션부 전환사채의 콜옵션만을 따로 떼어내어 매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도 지난 3일 “제3자 지정 콜옵션부 전환사채 발행 기업은 해당 콜옵션을 별도로 구분해 회계처리하라”는 회계 처리 지침을 안내했다.
이용우 의원은 “신주인수권부 사채나 전환사채와 같은 주식관련 사채의 신주인수권이나 전환권 제3자 지정을 통해 대주주나 특수 관계인에게 배정하는 것은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 경영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도록 한 상법의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행위”라면서 “제3자 지정 콜옵션부 전환사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를 막게 되길 기대한다”고 발의배경을 밝혔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우리 상법상 경영권 방어 목적의 대주주 유상증자는 불법”이라면서 “불법 관행을 차단하는 입법은 절박한 문제인데 개정안을 발의됐다. 반드시 의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평식 충남대 교수는 “이해관계자에게 콜옵션을 부여하는 사모 CB의 발행은 극단적인 불공정 거래이므로 사모 분리형 BW가금지된 것처럼 발행이 금지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콜옵션 CB는 분리형 BW가 금지된 2013년에 처음 발행된 이후 발행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으나, 주요 선진국에서 활용되고 있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