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주식 시장에서 대성산업과 엘엠에스 주가가 전혀 상관없는 다른 기업과 사명(社名)이 비슷해 급등한 일이 있었다.
대성산업 주가에는 반도체 필수 소재 희귀 가스 ‘네온’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오른다는 소식이 반영됐다.
그러나 네온가스 사업을 하는 회사는 대성산업이 아니다. 네온가스 사업을 하는 옛 대성산업가스라는 회사와 사명을 헷갈린 투자자들이 대성산업 주식을 매수하고 나선 것이다.
대성산업가스라는 사명을 쓰던 회사는 현재 DIG에어가스로 호주 금융회사 맥쿼리아시아인프라펀드가 인수했다. 대성그룹 계열사도 아니다.
코스닥에서는 LCD 부품 업체 엘엠에스가 현대자동차그룹 수혜주라며 주가가 급등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모바일 로봇 개발 가속화를 위해 고정형 라이다(Solid-state LiDAR) 센서 전문 업체인 에스오에스랩과 협력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결과다.
이와 관련해 한국자동차연구원, 에스오에스랩과 함께 라이다 센서 개발에 협력하고 있는 엘엠에스라는 비상장 기업이 따로 있다. 그러자 한국자동차연구원이 “협력 관계에 있는 엘엠에스는 비상장사”라고 공지하기까지 한 상황이다.
심지어 언론사들도 두 회사 사명을 헷갈려 틀린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정작 엘엠에스와 대성산업은 이와 관련한 공시를 하거나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 전혀 상관이 없는 회사 때문에라도 주가가 오르는 것이 나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정치 테마주와 같은 억지스러운 이유로 주가가 급등하거나 틀린 보도가 나오면 적극 해명하도록 공시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기업의 공시 의무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내부거래’의 판단 기준 금액을 10년 만에 높여 공시 대상에서 제외하는 소규모 내부거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주요 내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행 분기별 공시·수시 공시 방식은 연간·정기 공시 방식으로 바꿔 공시 횟수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의 내부 거래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사소하지 않다. 모든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 대신, 오너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사익 편취가 흔해 빠진 우리 기업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의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상장·비상장사,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자회사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총수 일가 지분이 작다고 해서 일감 몰아주기 비판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총수 일가의 직접 보유 지분은 작더라도 실질적인 영향력은 거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경우 총수 일가는 비상장 개인 회사의 임원을 겸직하면서 거액의 연봉과 성과급을 수령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사익 편취를 할 수 있다. 기업 집단의 내부 거래 공시 기준마저 완화한다면, 이를 이용한 총수 일가를 위한 ‘꼼수 경영’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상황에서 공시도 줄어들면, 언론이나 투자자가 이를 감시할 유일한 수단마저 사라지는 셈이다. 공시 의무를 ‘부담’으로 여기는 것은 시장과 최소한의 소통 노력마저 하지 않겠다는 뜻이 된다.
오히려 현행 공시 규정은 해외에 비해 느슨한 측면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총수와 경영진의 주식 매도다. 사전에 매도 계획을 공시하도록 한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매도 후 공시하게 돼있다.
그마저도 주가에 안 좋은 뉴스라는 이유로 늑장 공시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코스닥 시가 총액 1위 종목인 ‘셀트리온헬스케어’ 같은 기업도 그렇게 한다. 그렇지만 제재는 솜방망이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간이 주도하는 공정 혁신경제’를 지향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규제 완화는 필요하지만 공정을 잃는 결과는 바람직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