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라(Terra) 블록체인의 루나(LUNA) 코인은 지난주 말 그대로 휴지 조각이 됐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루나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만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테라에는 예치자들에게 연 20%에 가까운 이자를 제공해주는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대출 플랫폼이 핵심이다. 이것이 투자자들이 루나에 뭉칫돈을 들고 온 이유다.
앵커프로토콜은 이더리움, 루나 등 코인을 담보로 맡기면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았다. 그러나 이 이자율도 12.4%에 불과했다. 이익을 남길 수 없는 구조였다는 의미다.
결국 20%라는 이율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면서 결국 폭탄 돌리기는 끝이 났고 테라는 무너져 내렸다. 테라·루나에 대한 의구심을 던지는 이들은 꾸준히 있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이 같은 의견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작년 7월 영국 영화 감독 프랜시스 코폴라가 권 대표에게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권 대표는 “나는 트위터에서 가난한 이들과 토론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에게 적선할 잔돈이 없다(I don’t debate the poor on Twitter, and sorry I don’t have any change on me for her at the moment)”고 말했다.
올해 1월 앵커 프로토콜의 20% 이자율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너의 어머니(Your mom, obviously)”라고 답했다.

루나 코인 사태를 예견하고 공매도를 했다는 수익 인증글도 올라왔다. 작성자는 “이자 지급 준비금이 떨어지면 신뢰에 문제가 생겨 루나 가격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웨이브 코인의 하락 사태를 보고 루나도 같은 구조임을 파악한 뒤 하락에 베팅한 것이다. 유튜버 ‘알트코인’ 역시 올해 4월 4일 올린 ‘테라 루나[LUNA] 사지마세요 시청하기전까진’ 동영상에서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의견을 내놨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테라 블록체인 가동을 테라폼랩스가 일시 중단시켰다고 한다”면서 “작동이 일시적으로 정지될 수 있는 블록체인은 블록체인이 아니고 그래서 사기”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진정 탈 중앙화된 블록체인은 어느 주체가 가동을 중단시킬 방법이 없게 설계되어 있고 실제 그렇게 가동된다”면서 “51%의 동의를 얻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탈중앙화가 진정으로 구현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테라·루나 블록체인은 운영사가 일시 중단시킬 수 있는 블록체인이라고 한다”면서 “그건 블록체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 변호사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있었더라면 지금의 테라·루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테라·루나가 태생적으로 폰지 사기에 가깝게 설계된 점은 부인할 수 없고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다른 측면으로는 규제가 한 발자국 늦어지면서 기존에 예견되었던 문제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터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LUNA 및 UST 가격의 폭락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으며, 이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시장을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2020년 하반기에 시작된 가상자산 시장 강세장이 막을 내리고, 미 연준의 긴축 정책과 맞물려 가상자산 시장 침체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높은 이자를 내세운 테라와 같은 프로젝트는 계속 나올 것으로 봤다. 정 센터장은 “시장에는 탈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기본적인 수요가 존재하기때문에 테라 프로젝트가 사라져도 계속해서 새로운 설계방식을 도입한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의 시도가 이루어질 것”이라면서 “전통 금융권이 저금리 환경을 지속한다면 디파이 프로젝트들은 고금리 이자 수익을 통하여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인센티브 구조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