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저평가 원인은?

홍춘욱 리치고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국내 주식 저평가 원인으로 대주주에 유리한 기업 환경을 지적했다. 홍 대표는 키움증권 이사를 역임한 국내 주식을 분석하는 대표 이코노미스트 중 하나다.
홍 대표는 14일 페이스북에 “한국에서 우량 자회사를 보유한 지주회사는 PBR 0.3~0.5배 레벨로, 극단적인 저평가”라고 썼다. PBR은 자산 대비 주가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1미만이라면 시가 총액이 보유한 자산 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홍 대표는 LG그룹 지주회사 (주)LG의 시가총액이 12조원인데, 손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이 100조원 이상인 ‘기형적 상황’을 지적했다.
모회사 주가에는 자회사 가치가 반영되는 것이 원칙이다. 홍 대표는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 성장 가치가 창창하다면, 이 회사 지분을 보유한 LG화학 그리고 LG화학 지분을 보유한 LG의 주가도 오르는 게 당연하다”면서 “한국에서는 이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대주주들의 ‘회사 쪼개기’와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을 지적했다. 홍 대표는 최근 출간된 <딥밸류>를 인용하면서 ‘기업사냥꾼’이란 별명을 가진 칼 아이칸의 전략을 설명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미국 기업의 청산가치(=순자산가치)가 눈에 띄게 상승했지만, 보통주의 시장 가격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제대로 대응하기만 한다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특별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중략)
자산이 많은 기업의 경영진은 자기 회사 주식이 적으며, 회사를 팔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들은 국내외 자본의 (적대적 M&A) 침략을 물리칠 생각으로 회사 주위에 ‘만리장성’을 구축해 자신들의 특권을 철저히 보호합니다. (중략) 우리들은 저평가된 주식을 의미 있게 매입한 후,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해당 기업의 운명을 지배해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1) 경영진을 설득해 백기사(경영진에게 우호적인 세력)에게 매각하도록 한다
2) 대리전을 벌인다
3) #공개매수(tender offer, 불특정 다수로부터 주식을 집단적으로 매수하는 일)을 제안한다
4) 보유 지분을 회사에 매각한다
홍 대표는 “아이칸 선언은 간단하게 말해, 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대리인(=경영자)에게 빼앗긴 권리를 되찾음으로써 돈을 벌자는 것”이라면서 “한국은 적대적 M&A가 성공한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미도파 M&A가 성공 직전까지 갔지만 백기사 등장으로 실패했고, 이번 한진칼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도 산업은행의 개입으로 힘들어졌다”면서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한국에서는 주가가 청산가치를 밑도는 기업들을 매수하는 ‘가치 투자 전략’이 실패하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홍 대표는 “이런 회사의 이해 당사자들은 기업가치의 파괴 과정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한다”면서 “자회사 이익 몰아주기 등 다양한 편법이 판친다”고도 했다.
그는 “이와 같은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한국에서 가치 투자는 대단히 신중한 판단에서 이뤄져야 하며.. 특히 주가의 장기적 저평가 현상을 타개할 촉매(적대적 M&A 시도, 승계, 지배 구조 재편, 주식 테마주로의 편입 등)가 어떤 것이 있는지 잘 살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