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켐생명과학, 대표 해임시 200억?…황금낙하산이란

[이미지=pixabay]

“M&A로 해임될 경우 퇴직금 이외에 대표이사에게 200억원, 사내이사에게 100억원 지급”

글로벌 대기업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껏 영업손실만 내온 바이오 업체 엔지켐생명과학이 이번 주주총회에 올린 안건이다.

이른바 ‘황금낙하산’ 조항이라는 것으로, M&A로 회사 대주주가 바뀌어도 기존 경영진을 몰아내지 못하도록 보호 장치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2020년 영업손실이 191억원, 작년엔 208억원인 회사가 대표이사 퇴직 시 200억원을 지급하겠다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글로벌 신약개발 사업 부문과 원료의약품 사업부문 2가지로 구성된 회사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자체 개발을 선언했다가 실패했다. 이후 백신 위탁 생산이라도 하겠다고 하겠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없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자금이 부족해 유상증자에 나섰다가 KB증권이 최대주주가 됐다. 그 사정도 알고 보면 복잡하다.

작년 9월 엔지켐생명과학은 1700억원 규모 신주를 발행해 자금 조달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이렇다 할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시장은 외면했다.

주간사를 맡았던 KB증권이 남은 주식을 인수했다. 그러면서 올해 3월초 엔지켐생명과학 27.97%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8% 이상 지분을 기관 투자가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그래도 여전히 19.21% 지분이 남았다.

문제는 황금낙하산 제도의 도입 여부다. 그 경우 KB증권이 남은 지분을 처분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M&A를 막기 위한 조항이기 때문이다.

약 19%던 최대주주 손기영 대표 등의 지분은 11.5%로 줄었다. 이들 입장에서는 KB증권이 지분을 제3자에게 넘기면 곧 경영권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

황금낙하산을 도입한 다음 바꾸기는 어렵다. 관련 정관 개정에 주총 출석주식의 80% 이상 찬성, 찬성주식이 발행주식총수의 75% 이상 찬성이라는 규정을 새롭게 넣을 예정이라서다.

KB증권은 주총 의결권이 발생하는 작년 말 기준으론 최대주주가 아니다. 그 때문에 표 대결에서 기존 주주 측이 이기면 더욱 난감한 상황이 된다.

[자료=엔지켐생명과학 공시]

이처럼 상장사들 사이에서 황금낙하산 도입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특히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회사들이 더욱 적극적이다.

신약 개발 회사 펩트론도 대표이사의 해임 등 사유가 발생하면 퇴직금의 20배를 보상액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을 올해 주총에서 표결을 거쳐 정관에 담기로 했다. 또한 이사 해임은 주총에서 전체 주주 80% 이상 참석과 75% 이상 동의로만 가능하게 했다.

비임상 CRO(위탁 실험) 업체 노터스도 “이사가 임기 중 적대적 기업 인수 및 합병 등으로 인하여 해임될 경우에는 통상적인 퇴직금 이외에 퇴직 보상액으로 대표이사에게 50억원을, 이사에게 30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추가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퀀타매트릭스·테크윙·마인즈랩이 대표이사에게 100억원, 베노홀딩스가 이사에 50억원, 아이센스는 대표이사에게 50억원, HLB는 대표이사에게 50억원 이사에게 30억원, 인카금융서비스가 대표이사에게 100억원과 3년간 영업이익의 20%, 라파스가 사내이사에게 퇴직금의 20배를 퇴직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조항을 넣기로 했다.

박동빈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업력이 짧을수록, 대주주지분율이 낮을수록, 자산총액 규모가 작을수록, 적대적 M&A 노출 위험이 높을수록 경영권 방어조항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황금낙하산 규정을 도입한 기업 중 43%가 현금 자산 보유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대표이사 퇴직금으로 책정하고 있어 과도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이용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댓글 남기기

HOT POSTING

지구인사이드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