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플이 한국 기업이었다면…

[사진=애플]

정용진 이마트 부회장은 최근 SNS에 “왜 코리아 디스카운팅을 당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나한테 뭐라고 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사업하면서 얘네(북한) 때문에 외국에서 돈 빌릴 때 이자도 더 줘야 하고 미사일 쏘면 투자도 다 빠져나가는데, 당해봤나?”라고 썼다.

그러자 가장 많이 나온 반박은 무엇일까.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즉 한국 기업 저평가는 재벌들의 이기심과 불투명한 지배 구조에서 나온다는 비판이다.

얼마 전 한 주식 투자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시가총액이 3조 달러(3581조원)에 달하는 애플이 한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라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이다.

우선 아이폰을 출시할 때, 상장사 ‘애플 컴퓨터’가 자회사 ‘애플 모바일’을 물적분할한다. 그리고 애플 모바일은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힌다. 1년 뒤 애플 모바일이 상장한다. 애플 컴퓨터는 애플 모바일 지주사로서 mp3 플레이어 등 비핵심 부서만 남는다.

또 애플 모바일은 아이패드 사업을 키운다면서 ‘애플 패드’를 물적분할해 상장한다. 애플 모바일 주가는 한 단계 주저앉는다.

몇 년 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아들이 ‘애플 사운드’라는 음향기기 업체를 만든다. 애플 전 계열사가 이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다. 그리고 지주회사 격인 애플 컴퓨터와 애플 사운드가 합병한다. 그리고 그 아들은 합병 회사의 대주주가 된다.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된다. 이것이 한국 주식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18일부터 이틀간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 부문이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이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받고 있다.

공모 첫날에만 개인 자금 32조원이 몰렸다. 공모주의 80%가 배정된 기관 투자자들은 1경 5203조원이라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자금을 싸들고 왔다. 이같이 유망한 기업이 새로 상장하면서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은 LG화학의 기존 주주들이다.

기존 주주들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에 대한 기대감에 투자를 했지만 결국 손실만 남았다. LG 입장에서는 큰 이익이다. LG에너지솔루션 예상 시총이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을 쪼개서 두개로 나눠 상장한 덕분에 시총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비록 LG화학의 가치는 쪼그라들어도 충분히 보상이 된다.

다시 애플 이야기로 돌아가자. 기업가치 3조 달러를 넘긴 애플은 돈도 많이 벌었지만 주주 가치를 지키는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몇 년간 애플은 미국 대기업 지수인 S&P 500에 속하는 기업들 중 자사주를 가장 많이 매입한 기업이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에 855억 달러(약 102조원), 배당금에 145억 달러(약 17조원)를 썼다.

미국에선 자사주 매입은 곧 자사주 소각이다. 우리나라처럼 자사주를 사고팔아 시세 차익을 노리거나, 자사주를 사들인 뒤 인적 분할로 계열사에 넘겨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것을 애플은 착하고 LG는 나쁘다고 결론 내릴 일은 아니다. LG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도 그랬고, 주주들은 포스코도 그러지 않을까 우려한다.

문제는 최대주주에게 유리하고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현재의 제도다. 미국처럼 물적 분할 후 재상장을 법적으로 규제하지 않으면, 이것에 동의한 이사들이 주주들에게 엄청난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으면, 기업의 이기심을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지 않고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말하고 북한을 탓하는 일은 무의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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